금요진단
여론조사 공장 대한민국, 어떻게 해야 할까
5월 28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간다. 정신없이 쏟아지던 여론조사 보도는 이제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다. 공표금지 기간 이전에 시행한 여론조사라면 28일 이후에도 공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여론조사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9.3%p와 1.4%p의 의미
꼭 이번 선거만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혼란스러운 여론조사 결과들이 다수 있었다. 예컨대 같은 기간 시행된 대구광역시장 후보 지지율 관련 2건의 조사에서 1위 후보와 2위 후보의 격차는 9.3%p와 1.4%p였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한 조사는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서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1013명을 조사한 결과로, 이 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45.7%, 추경호 후보는 47.1% 지지를 받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4%p였다. 다른 조사는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역시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1004명을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9.3%p였다. 1.4%p와 9.3%p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건 이런 것이다.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3.1%p 표본오차를 가지므로 에이스리서치 조사 결과는 두 후보가 ‘박빙’이라는 것이고, 리얼미터 조사 결과는 추경호 후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우세’라는 것이다.
조사 방법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두 조사 모두 ‘안심번호를 이용한 무선 ARS조사’라는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조사 시간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까? 에이스리서치 조사는 휴일이던 5월 25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 32분까지, 그리고 평일인 26일 오전 10시부터 11시 08분까지 이루어졌다. 리얼미터 조사는 25일 오후 1시 반부터 밤 9시 55분까지, 그리고 26일 10시 반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진행되었다.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 만한 것은 아니다.
문항 구성이나 질문 내용에 차이가 있었을까?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6월 대구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였고, 에이스리서치 조사는 ‘이번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였다. 언뜻 보기에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응답자 입장에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리얼미터 질문에 답을 하려면 일단 투표하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는 그렇지 않다.
두 조사에서 모두 후보 선택 문항 앞에 ‘이번 선거에서 투표할 의향이 있느냐’를 물었다. 리얼미터 조사 응답자 입장에서 보면 투표하겠다고 응답을 했어야 누구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자연스럽다. 반면 에이스리서치 조사에 응답한 응답자는 투표 의향이 약하거나 없더라도 지지의사 표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1.4%p와 9.3%p라는 유의하지 않거나 유의한 차이를 만들어낸 이유의 전부일까?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뉴스핌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5월 24~25일 조사했던 서울시장 선거 조사 결과에서 1~2위 후보 차이는 7.4%p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그런데 펜엔마이크가 의뢰해 여론조사공정이 5월 25~26일 진행한 조사에서 두 후보의 차이는 0.4%p였다. 일일이 뜯어보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조사 결과는 이외에도 많다.
여론조사 홍수로 대표성 왜곡 가능성
문제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는 유권자들이 일일이 조사방법 조사기간 조사문항을 뜯어보기는 어렵고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선거 때만 되면 우리는 상반되는 결과 때문에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는 여론조사 홍수 속에서 살아야 할까?
사실 앞서 든 두 사례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낸 가장 큰 이유는 조사기관이나 기법의 문제보다 여론조사 홍수가 일으킨 피로도로 추정된다.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유독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의 차이가 큰 사례들이 많다. 너무 많은 선거구에서 응답자들이 지칠 만큼 돌아가는 여론조사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시도지사 선거구 16개, 시군구청장 선거구 227개, 시도의회 선거구 795개, 시군구의회 선거구 1038개로 총 선거구만 2076개다.
선거구마다 다양한 주체들이 진행하는 여론조사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의 전화를 받은 후엔 곧 발신자 차단 처리를 하거나, 특정숫자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는 아예 무시하는 유권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꼭 전화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만 전화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조사의 대표성 왜곡이 발생한다.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모를 결과를 두고 후보들은 일희일비하고 있고, ‘더 더 정확한 여론’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계속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여론조사 전화 홍수 속에 지쳐가는 유권자는 점점 더 발신자를 차단하고, 대표성의 왜곡은 점점 커진다.
그러면 대체 누가 이런 여론조사 홍수를 만들어내는 걸까? 우선, 비용을 들여 조사를 의뢰할 정도의 재원을 가진 언론기관이 있다. 언론사는 선거 때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그런데 과한 경마식 보도까지 나아가는 이유는 조회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사들은 정규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다시보기나 쇼츠 등을 통해 조회수를 올린다.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광고 수주에 도움이 되고, 실시간 슈퍼챗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되며, 정치적 영향력이 올라가기도 한다. 또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여론조사기관들도 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은 57개다.
정당과 언론, 유권자들의 자정 노력 필요
하지만 여론조사 의뢰자의 ‘갑’이자 여론조사 홍수의 가장 큰 책임은 정당들, 특히 돈 많은 2개의 거대 정당들에게 있다. 선거 때 두 정당은 당내경선 단계에서부터 여론조사 홍수의 물길을 연다. 여론조사 지지도를 후보 적합도 평가의 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이런저런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고, 가능하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두 정당의 많은 당내 경선은 실제 여론조사로 진행된다. 이번 지방선거 선거구가 총 2076개,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은 이때부터 여론조사 전화에 시달려야 한다. 본선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선거 캠페인 전략을 짜느라 또 여론조사를 한다. 선거구에 따라서는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도 이루어진다.
이런 여론조사 생태계에서는 누가 돈을 벌까? 당연히 여론조사 기관들이 돈을 번다. 우리나라 여론조사 시장의 규모는 매년 급상승 중이다. 통신사들도 돈을 번다. 요즘은 여론조사 기관이 ARS방식의 조사를 하든,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해서 조사를 하든, 전화번호는 통신사를 통해 얻은 안심번호를 많이 사용한다. 안심번호 방식은 한 번 쓴 전화번호를 반복해서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과 조작을 막을 수 있고, 전화번호에 연결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으며,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더 쉬운 여론조사를 향한 길을 열었다. 2024년 국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통신 3사가 안심번호 제공으로 최소 43억원의 부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사들도 돈을 번다.
정당들은 여론조사로 정치인을 평가하고 여론조사로 당내경선을 대체하고 여론조사로 선거 캠페인을 짜는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 최소한 여론조사 경선만은 중단했으면 좋겠다. 언론사들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손쉬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후보의 정책과 공약 분석과 보도에 할애하기를 바란다. 유권자들은, 선거 여론조사 환경의 혼탁함을 냉정히 직시하면서 스스로라도 후보의 공약을 찾아보고 ‘될 사람’보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더가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