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물가 잡는다? 연준 “아직 아냐”

2026-05-29 13:00:07 게재

생산성 향상 기대에도 신중론 … “미래 효과에 기대 금리 낮추기는 위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에 미국 중앙은행 인사들이 신중론을 제기했다. AI 투자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맞지만, 이를 근거로 성급하게 금리를 낮추면 장기금리가 오르고 물가 안정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로이터와 블룸버그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중앙은행 관련 회의에서 AI와 생산성, 물가의 관계를 언급했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연준이 그 가능성에 기대 금리를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고 봤다. 무살렘 총재는 “실질 정책금리가 연준의 장기 중립금리 개념보다 낮고, 물가는 목표를 의미 있게 웃돌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높아지고 있고, 노동시장은 안정적인 상황에서, 미래의 더 높은 생산성 증가 전망에 의존해 오늘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더 나은 접근은 물가 안정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경계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살렘 총재는 “더 높은 생산성 증가가 물가 압력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분명해진다면 정책 견해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AI가 생산성에 얼마나 기여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무살렘 총재가 주목한 대목은 AI가 당장 물가를 낮추기보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확산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를 이미 끌어올리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공급 확대 효과는 시간이 걸리지만, 투자와 전력·장비 수요는 먼저 나타난다. 이 경우 AI는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힘보다 특정 분야의 비용과 투자를 밀어 올리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살렘 총재는 “정책금리를 너무 낮게 움직이거나 유지하면, 대중이 연준이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이 경우 장기금리가 실제로 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그것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과 고용에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도 결론을 유보했다. 그는 생산성 추세가 바뀌면 경제와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놀랍지 않게도 내 대답은 ‘그것은 (변화에)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문제의 변화가 어떤 성격이고 얼마나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생산성 증가 추세가 장기적으로는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그만큼 균형 금리도 올라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실제 금리 경로는 가계와 기업이 변화를 얼마나 빨리 인식하는지, 생산성 향상이 수요와 공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임금과 가격 조정 속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생산성 변화 자체를 제때 알아보는 일이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생산성 증가의 변화는 비교적 드물고 본질적으로 매우 불확실하다”며 “어떤 추정치에도 신뢰 구간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윌리엄스 총재는 AI 투자 자체의 경기 부양 효과는 인정했다. 그는 AI 투자가 급증하지 않았다면 미국 경제는 훨씬 약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AI가 장기적·구조적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거리를 두며 “기저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 정책이 중동 전쟁과 관세 영향으로 높아진 물가에 대응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봤다.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은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며 “우리는 갈등과 다른 지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계속 살핀 뒤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 대비해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AI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연준 인사들은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언제, 얼마나, 어떤 경로로 물가에 반영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본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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