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양윤섭 대한변호사협회 국공선변호사회 회장

“55만원 국선보수 현실화 시급”

2026-05-29 13:00:42 게재

“보수 지급도 지연 반복…공공법률서비스 흔들”

“AI는 보조수단일 뿐, 판단과 변론은 변호사 몫”

“국선·공선 변호사 처우 개선은 변호사 집단의 이익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 기본권과 사법 정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양윤섭(사진) 대한변호사협회 국공선변호사회 회장은 지난 26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국선보수 현실화와 재판지원 인공지능(AI) 시대 과제를 짚었다.

양 회장은 “사건은 급증하는데 예산과 지원 체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익적 사명감만으로 국선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이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일수록 사건의 구체적 맥락과 인간적 사정을 설득하는 변호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 국공선변호사회는 어떤 조직인가

대한변협 국공선변호사회는 2022년 1월 31일 창립된 단체로, 국선·공선 변호사들의 권익 보호와 실무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핵심 과제는 불합리한 국선보수 체계를 정상화하고 안정적인 변론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처우 개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충실한 변론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 시스템 기반을 유지하는 일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가장 시급한 현안은

비현실적인 보수 구조와 만성적인 지급 지체다. 최근 경기 침체로 국선 사건 선임 비율이 크게 늘었고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기록을 검토해야 하는 사건도 많아졌다. 하지만 예산은 이런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제때 받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국공선 변호사들의 사명감도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결국 이는 변론의 질 저하와 공공법률서비스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선변호사 처우 수준은

일반 국선 사건 기본 보수는 55만원 수준이다. 방대한 기록 검토와 수차례 법정 출석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보수 지급 지체다. 2025년에만 약 300억원 규모의 보수 지급 지연이 발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 지난해 미지급분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국선 사건에만 전념해야 하지만 사무실 운영비는 수년째 동결 상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처우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들이 안정적으로 변론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비 지원 현실화와 보수 정상화가 시급하다.

●사건 증가 속에서 현재 제도가 지속 가능하다고 보나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제도 외연은 계속 확대되는데 예산과 인력 지원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경험 많은 변호사들이 국선 업무를 기피하게 되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한변협과 국공선변호사회는 실태조사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사법부와 국회 역시 물가 상승률과 사건 난이도를 반영한 보수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선변호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선변호는 경제적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이제 국선변호인은 단순 대리인을 넘어 수사기관의 적법절차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법리를 발굴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참여하는 핵심 주체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재판지원 AI와 양형 AI 확대는 어떻게 보나

AI는 양날의 검이다. 기록 검색과 쟁점 정리 같은 보조 기능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생성형 AI 특유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잘못된 판례나 왜곡된 사실관계가 제시될 위험도 있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치명적인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AI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에 머물러야 하며, 실체적 진실 판단과 변론의 핵심 영역은 온전히 변호사의 몫이어야 한다.

●법관이 AI 분석 결과를 참고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법관이 AI가 요약한 쟁점과 판례에 의존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AI가 설정한 프레임 안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변호인은 단순히 공소사실을 다투는 것을 넘어, AI가 제시한 판단 틀 자체가 사건의 구체적 맥락과 맞지 않는다는 점까지 이중으로 입증해야 한다.

결국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의 이면과 피고인의 고유한 사정을 설득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치밀한 변론이 요구될 것이다.

●국선변호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AI 문제는

법원 내부망 중심 운영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 문제다. 법관이 어떤 AI 분석 자료를 참고했는지 변호인이 알 수 없다면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현재 법원이 양형기준표를 공개해 운영하는 것처럼, 재판부가 AI 분석 결과를 참고할 경우 그 내용 역시 변호인과 동등하게 공유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정보 접근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양형 AI처럼 판단 인접 영역까지 AI가 확장될 경우 국선변호의 역할은

법관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것이라 믿지만, AI 산출물로 인해 무의식적인 예단이 형성될 우려는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AI가 발전하더라도 오류 가능성을 통제하고 방어권을 지키기 위한 인간 변호인의 역할은 대체될 수 없다. AI는 사건의 구체적 맥락과 피고인의 삶, 인간적 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변호인은 AI 결과물의 오류와 사각지대를 검증하는 비판적 감시자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며, 재판부에 인간적 맥락과 개별 사정을 설득해야 하는 책임도 한층 무거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국선·공선 변호사 처우 개선은 국민 기본권과 사법 정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공선변호사회는 현장 변호사들의 권익 보호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적 방패 역할도 계속 수행해 나가겠다.

또 AI가 발전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인간의 구체적인 사정을 깊이 헤아리는 변호인의 본질적인 역할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국민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다하겠다.

▶ 주요약력

· 대한변협 국공선변호사회 회장

·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원회 위원

· 서울경찰청 경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

· 국방부 중앙인사소청심사위원회 위원

· 법률사무소 형설 대표변호사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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