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원인균 찾는 시간 줄인다
고려대·하버드대, 인공지능 활용해 박테리아 14종 고정확도 판별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는 KU-KIST융합대학원 임동권 교수와 하버드 의과대학 도신호 교수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과 표면증강 라만분광법(SERS)을 결합해 14종의 박테리아를 96.1% 정확도로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은 원인균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배양 검사는 결과 확인까지 최소 3일 이상 걸린다. 이에 따라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병원체 진단 기술 개발이 의료계의 주요 과제로 꼽혀 왔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물질의 고유한 분자 정보를 분석하는 라만분광법에 주목했다. 이 기술은 박테리아마다 다른 ‘분자지문’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신호가 약하고 스펙트럼 해석이 복잡해 실제 진단 현장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금속 나노입자를 활용해 신호를 증폭하는 표면증강 라만분광법을 적용했다. 연구 결과 박테리아 표면과의 결합을 유도하는 당 분자인 만노스를 입힌 금 나노입자와 532나노미터(nm) 파장의 레이저를 조합했을 때 가장 높은 식별 성능을 보였다.
여기에 딥러닝 기반 AI 분석 모델을 결합한 결과 14종의 박테리아를 96.1% 정확도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효모·그람양성균·그람음성균 등 3개 미생물군과 대표적인 항생제 치료 기준에 따른 5개 범주도 98.6% 정확도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균을 식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어떤 근거로 박테리아를 구분했는지도 분석했다. AI가 라만 스펙트럼에서 각 박테리아를 특징짓는 핵심 신호를 추출해 ‘분자 바코드’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진단 결과의 신뢰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였다.
도신호 교수는 “박테리아 고유의 분자지문을 보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감염성 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 진단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동권 교수는 “그동안 복잡하고 해석이 어려웠던 박테리아 라만 스펙트럼을 보다 직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실제 임상 환경의 복합 검체나 항생제 내성균까지 구분할 수 있는 정밀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 4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특히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6년 제20권 18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는 고려대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