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이끄는 사람들 | ⑭ 전기은 터빈크루 대표
에너지자립형 플랫폼 구축…AI·드론·풍력 결합
대기업 건설사 경험 바탕 창업 … 2026 CES 혁신상 수상
에코클레빈·티랫팜·드론스테이션 결합 … 글로벌시장 공략
노지농업·도서지역 확장 목표, 재생에너지 생활시설 활용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가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재생에너지와 드론, 인공지능(AI) 결합한 에너지플랫폼기업 터빈크루는 2026 CES 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력 자립형 스마트폴과 자율형 드론, AI를 결합한 미래농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기술 구조는 에너지-데이터 확보-분석을 연결하는 통합에 있다.
창업 5년 만에 매출 26억원을 기록한 터빈크루는 현재 전남대 조선대 서울물재생시설공단 등과 사업을 진행하며 베트남 캐나다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달 12일 전남 나주에서 만난 전기은 대표는 “재생에너지를 발전설비가 아닌 생활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해서 이제 글로벌 분산에너지 플랫폼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현장경험 = 전 대표의 창업은 거창한 기술개발보다 현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대기업 건설사에서 근무하며 풍력발전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다. 에너지 전환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허가 문제와 주민갈등 비용부담 등 때문이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전남 나주로 내려왔다. 재생에너지 기반기술을 실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춰서다. 나주는 한국전력과 한국에너지공과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에너지 농업 관련기관이 밀집해 있다.
2021년 창업 당시 3명의 인력과 함께 시작했다. 현재는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26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클레빈과 티랫팜(TlatFarm)의 연결 = 터빈크루는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업 그 이상이다. 대표 운영체계인 ‘에코클레빈’(ECO-Clebine)은 태양광과 소형풍력을 결합한 전력 자립형 스마트폴(기능형 기둥)이다.
전 대표는 에코클레빈을 발전설비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에코클레빈은 전기를 만드는 장비가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다.
생산된 전력은 AI 기반 플랫폼인 티랫팜(TlatFarm)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드론 자동충전시스템과 환경센서 CCTV 조명 통신장비 등을 결합해 하나의 독립형 기반시설을 구축한다.
농업현장에서 드론은 자동으로 이착륙하며 농경지와 시설을 순찰한다. 촬영된 영상과 데이터는 AI 분석을 거쳐 작물 생육상태나 환경변화를 진단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노지농업과 공공시장으로 확대 = 터빈크루가 집중하는 시장은 스마트팜 중에서도 노지농업이다.
시설하우스 중심의 스마트팜은 이미 자동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반면 노지농업은 여전히 사람 경험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한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심화되면서 현장을 상시관리 할 인력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넓은 농경지에 전력망을 구축하는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다.
터빈크루는 이러한 문제를 전력자립형 기반시설과 인공지능 기반 원격관리 기술로 해결하고자 했다.
드론을 활용한 작물파악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서울물재생시설공단 등과 협력해 수질감시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채수작업을 원격자동화시스템으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전 대표는 “농업뿐 아니라 환경관리 스마트시티 공공안전 도서지역 관리 등 전력과 데이터가 필요한 곳이라면 모두 우리의 전력자립형 기반시설과 인공지능 기반 원격관리 기술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창업과 인재확보 = 사업초기 가장 큰 어려움은 인재확보였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터빈크루는 인재를 채용하기보다 함께 육성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현장 사업을 연계해 실무경험을 제공했다. 구성원들이 제품기획부터 실증 그리고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에코클레빈 상부의 풍력발전기는 회전하면서도 전선이 꼬이는 게 문제였다. 수차례 설계변경과 실증을 반복한 끝에 해결했다.
전 대표는 “스타트업은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지금의 기술도 수많은 실패가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에서 세계시장으로 = CES 혁신상 수상 이후 터빈크루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기술원리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면 지금은 사업협력과 적용 모델에 대한 논의가 먼저 시작된다.
베트남과 캐나다 수출 경험을 확보한 터빈크루는 현재 미국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전력시설이 부족한 농촌과 도서지역 개발도상국은 가장 주목하는 영역이다.
회사는 향후 에코클레빈과 티랫팜을 기반으로 분산에너지관리플랫폼을 고도화해 가상발전소와 전력망운영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전남에서 검증된 기술이 세계 곳곳에 적용돼 자립형 농업생산 기술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에서 시작한 터빈크루가 세계시장에서 차세대 에너지 플랫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주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