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에 숨겨진 ‘지배구조·투자자 보호’ 리스크 논란

2026-06-02 13:00:02 게재

차등의결권 도입·CEO 해임 제한…의결권 85% 독점 황제 경영

과도한 기업가치와 성과 연동한 보호예수 해제로 투자자 손실↑

덴마크 연기금, 투자 거부…캘리포니아공무원·뉴욕 연기금 우려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과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로 우주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이스X 상장 이면에 숨겨진 극단적인 지배구조와 개인투자자 보호의 취약성이 리스크로 떠올랐다. 과도한 기업가치 산정과 함께 성과를 연동한 보호예수 해제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덴마크 연기금은 투자를 거부했고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과 뉴욕 연기금이 우려를 표명하는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반발과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 ‘과열 경고등’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우주, 위성, 인공지능(AI) 복합 기업 스페이스X는 현지 시간 기준으로 오는 4일 로드쇼, 11일 주식 매각, 12일 나스닥 상장을 할 예정이다.

목표 기업가치만 무려 1조7500억달러(2650조)에서 최대 1조8000억달러(약 2726조원)에 달하며, 이번 상장으로 약 750억달러(약 113조원)규모의 자금 조달이 예상된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세웠던 역대 최대 규모(294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주식에 펀드를 통해서라도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치솟는 등 과열 경고등이 켜졌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스페이스X에 대한 익스포저(투자액)를 갖춘 신규 ETF는 현재 최소 14개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영미권 뮤추얼 펀드 3개와 상장지수펀드(ETF) 4개에 몰린 투자자 자금(순유입액)이 지난해 12월 IPO 계획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14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금융사들은 스페이스X 주식을 파생금융상품에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개인투자자들은 간접 노출이라도 확보하려 상장 이전의 투기성 상품들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사회 무력화…극단적 경영권 보호 = 그러나 최근 공개된 IPO 등록신고서(S-1)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지배구조는 철저하게 일론 머스크와 기존 핵심 주주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짜여 있다. 논란이 되는 주요 사항은 차등의결권 도입 및 CEO의 해임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내부거래가 될 수 있는 소유 기업 간 구조, 의무 중재안 도입, 기업에 친화적인 텍사스 법으로 인한 주주 권리 침해 문제 등이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에게 ‘사실상 절대적인 지배권’을 부여했다. 극단적 차등의결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될 Class A 주식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지만, 머스크 및 주요 내부자가 보유한 Class B 주식은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머스크는 42%의 지분만으로도 약 79~85%의 압도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머스크는 최고경영자(CEO)·최고기술책임자(CTO)·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겸직하면서 의결권의 약 85%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나스닥 규정상 ‘지배회사’로 등록돼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하는 의무도 면제받는다.

더 나아가 CEO 해임 시 ‘머스크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례 없는 규정까지 포함되어 있어, 이사회나 주주들에 의한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개인투자자에게 전가되는 리스크 = 이번 IPO가 개인투자자(개미)들에게 막대한 리스크를 떠넘기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 팬덤’을 고려해 개인투자자 물량은 최대 30%로 책정했다. 통상 1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그 결과 기관투자가의 기업가치 평가 기능이 약해지면서 상장 직후 변동성 위험을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성과와 연동한 보호예수 해제도 초기 투자자들의 빠른 자금 회수(엑시트)를 돕기 위한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의 일괄적인 180일 보호예수 대신, 실적에 따라 빠르면 첫 분기 실적 발표 직후부터 단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은 개인투자자가 초기 투자자나 임직원의 자금 회수(엑시트)만 도와주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머스크의 ‘절친’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가 이끄는 발로에쿼티파트너스가 스페이스X의 2대 주주이며 스페이스X와 맺은 투자 계약으로 받을 돈이 20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증권법 소송도 난항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종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보호예수기간을 순차적으로 해제할 경우, IPO 이후 유통시장에서 등록 주식과 비등록 주식을 추적하기 어려워져 투자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손실에 대한 소송 제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친기업적 텍사스로 법인 이전= 스페이스X는 경영진을 보호하고 주주들의 법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스페이스X의 법인 등록지를 경영진 보호가 강력한 텍사스로 이전하는 등 치밀한 법적 방어막도 구축했다.

텍사스 주법에 따라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최소 3%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소송을 위해 무려 500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반 투자자의 소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무 중재안도 도입했다. 허위 공시나 증권 사기 발생 시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중재인을 통한 해결을 강제함으로써, 주주들의 권리 구제 창구를 대폭 좁힌 것이다.

◆연기금의 릴레이 반발 = IPO 신고서 공개 이후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과 뉴욕 연기금 등은 공동서한을 통해 "이번 IPO는 현 경영진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은 '올해 예상 매출 대비 주가매출비율(P/S)이 엔비디아 전성기의 두 배가 넘는 87배에 달한다'는 점과 ‘극단적 지배구조’를 이유로 투자 거부를 공식화했다. 덴마크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머스크에게 의결권과 이사회 임명권을 집중시키는 지배구조를 두고 ‘재앙적’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는 거래소의 ‘시장 룰’마저 바꾸며 강제적인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나스닥은 올 3월 대형 IPO 기업이 상장 후 15거래일 만에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신속 진입’ 규정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퇴직연금 계좌들은 이 주식을 의무 매수해야 한다. S&P500 역시 초대형주의 편입 요건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수익성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수가 개편되면 패시브 ETF와 퇴직연금 계좌 등은 지배구조 우려와 무관하게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주식을 기계적으로 ‘강제 매수’해야 한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그동안 강력한 스튜어드십 코드와 ESG를 강조하던 블랙록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10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은 선임연구원은 “ESG 준수 및 주주의 권리를 지키려는 기관투자자의 입장과 지수 편입으로 인한 수익률 압력 때문에 투자 회피가 어려운 기관투자자의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투자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