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가 인간의 편향과 만났을 때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의 역대급 실적에 고무되어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적을 이끄는 동력의 이면에는 인공지능(AI)이 자리잡고 있다. 법률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AI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산성 증대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현실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이 기술적 진보와 효율성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매체가 도입될 때 나타나는 사회적 부작용은 과거 미디어 생태계에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이 안착하던 시기의 경험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누구나 제재 없이 정보를 생산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가 그럴듯한 합성 동영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세대 간, 성별 간의 갈등과 분열이 유발되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진정성의 위기와 아첨쟁이 AI의 등장
최근의 AI 확산은 이러한 과거의 부작용을 넘어 더욱 고도화되고 개인화된 형태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취업 시장이나 공공행정 사법절차 등에서는 넘쳐나는 AI 생성 텍스트 속에서 진짜 목소리를 가려내기 위해 막대한 검증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효율성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 현상이다.
AI를 활용하는 개인은 편리함이라는 이익을 누리지만 그로 인해 오염된 정보를 걸러내고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는 구조다. 일각에서 AI 활용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행동경제학이 경고하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인간은 본래 잘못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옳다고 지지해 주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자기확신 편향을 지닌 존재다. AI는 종종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검증을 소홀히 한 채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AI의 대답에 믿음을 부여하게 된다. 결국 AI는 객관적 조력자가 아니라 듣고 싶어 하는 정보만 유통하며 인간의 왜곡된 시선을 정당화하는 아첨쟁이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거짓 정보와 편향된 신념은 그럴듯한 스토리가 되어 대중에게 전염병처럼 번져나간다. 이는 이야기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강조한 내러티브 경제학의 관점에서도 설명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가짜 동영상을 넘어 인간 대신 AI가 생성한 정교한 맞춤형 거짓 정보들이 진실인 양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다. 사람들의 편향과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그리고 매체의 빠른 정보 확산력이 결합하면서 잘못된 의견을 신봉하는 다수의 무리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속도 자체를 늦출 수는 없지만 그 기술이 불완전한 인간의 본성과 만났을 때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모두가 기술의 장밋빛 미래에 열광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이면에서 누적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직시해야 한다.
내러티브의 전염과 성찰의 필요성
편향에 빠진 인간과 강력한 AI의 결합이 우리 사회의 신뢰자본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제도의 정비와 시민들의 비판적 수용 역량을 함께 높여나가는 대비가 시급하다. 나아가 AI가 우리의 편향을 맹목적으로 증폭시키는 확대경이 아니라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게 돕는 진정한 도구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성패는 기술의 고도화가 아니라 우리 안의 불완전함을 얼마나 지혜롭게 인지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