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선거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6.3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 결과에 대한 어떠한 독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궤멸적 참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투표용지 사태라는 역대급 복병의 출현으로 정치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제로의 상황이 되고 있다. 이미 ‘부정선거‘, ’ ‘선거무효’ 등의 구호가 강성보수층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거대 이슈로 설정하고 부정선거론으로 확장시키려 할 게 뻔하다. 물론 이 사태는 분명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제151조에 의하면 투표용지는 선거일 전일까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송부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 지역에서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송부되었기에 선거법 위반이다.
또한 선거법 제155조에 의하면 ‘투표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게 되어있고, 마감할 때에 투표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유권자에게 투표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역시 선거일 오후 10시에 투표하게 함으로써 법률 위반이다.
강성보수층, 투표용지 사태로 선거무효 주장
국민의힘에서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일부 선거무효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극우와의 동행으로 주권자에게 외면당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버틸 명분을 얻었다. 한국정치의 유령같은 부정선거론자들의 준동이 구실을 찾은 셈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대 위에 섰다.
선거를 계기로 변곡점을 찍고 정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나 선거무효로 연장시켜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또 한번의 거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법률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이를 선거와 투표의 정당성의 흠결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정치과정으로서의 선거는 대의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이를 통해 계층과 세대, 지역 간의 갈등의 실체를 드러내고 이의 해법과 대안을 유권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정치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때 선거의 의미가 있다. 또 다시 극우에 편승해 참패를 당한 강성 지도부의 라인업이 유지된다면 선거 이후 정치가 숨 쉴 공간은 선거 이전보다 훨씬 열악해진다.
우선 궤멸적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한동훈 후보도 승리함으로써 장 대표가 설 땅은 더욱 없다. 국민의힘의 선거 패배는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에 이어 3연패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 세력에 편승해서 강성보수를 등에 업고 민심과 완전히 괴리된 행보에 대한 심판의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정권심판이 아닌 야당심판론이 주효했다는 말이다.
이미 선거 전에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를 선거의 결과는 경북을 제외한 15대 1의 결과 예측이 지배적 전망이었다. 선거공학이 작동하면서 이슈가 생산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했지만 선거를 관통한 것은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이었고, 이른바 내란청산 프레임이 승부를 갈랐다. 어차피 국민의힘의 완패다.
‘강성’이란 수사로 분식되는 지금의 제1야당은 보수라는 외피로 은폐된 의사 보수정당이다. 이러한 야당의 존재가 한국정치를 병들게 하고 있다. 선거는 민생의 갈등을 조직화·제도화함으로써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능 외에도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투사하여 민의와 괴리된 정당을 솎아내는 중요한 기능도 담당한다.
법률 입각해 엄정하게 처리해야
투표용지 부족 상항으로 선거결과를 왜곡·오독해 시대에 역행하는 논리와 뒤틀린 역사인식으로 보수를 가시덩쿨속으로 밀어넣어선 안된다. 보수로 위장된 천박한 위선과 가증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불사르는 변혁이 없이 보수의 재건은 불가능하다.
보수의 재구성을 위한 시공간을 외면하고 투표용지 사태에 편승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면 역사의 죄인이 따로 없다. 민주당과 여권 역시 이 상황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경솔함을 보여선 안된다. 법률에 입각해 정확히 처리해야 한다. 장동혁 지도부와 국민의힘이 선거결과에 대한 난독으로 비정상의 진영대결의 올가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