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명정부 1년, 유류세 인하 역설과 수송 탈탄소 과제
이재명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환경의 날(6월 5일)을 앞두고 교통·환경 시민단체 4곳은 공동으로 정부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핵심 정책을 평가했다. 일단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대중교통 요금 할인 확대 등 예산이 집행 중인 정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출발은 한 셈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고 수송 전동화를 실질적으로 앞당길 정책들은 아직 기어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 강화는 연구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고 탈내연기관 로드맵 수립은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언급만 있었을 뿐 정부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두 정책의 연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은 각각 27만톤, 102만톤으로 추산된다.
감축 잠재량이 가장 큰 정책은 유류세 인하 폐지다. 연간 227만톤으로 수송부문 주요 정책 중 감축 기대효과가 가장 크다. 하지만 2021년 ‘6개월 한시 조치’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지난달 말 21번째 연장을 맞았다. 전쟁발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단기 대응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반복될수록 석유 의존도는 더 심해지고, 다음 위기에 더 취약한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에 더 혜택주는 역진성 ‘역설’
민생 대책이라는 명분도 수치 앞에선 흔들린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66.2%는 주유비 지출 자체가 없다. 차량이 없거나 이용하지 않는 가구로, 유류세를 아무리 낮춰도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0원이다. 혜택을 받는 나머지 34% 조차 절감액은 월 880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소득 상위 10%는 연평균 38만 3000원의 혜택을 받는다.
이 구조는 추경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6조원 규모의 추경에서 유류세 감면액은 3조4000억원인 반면 K-패스 지원 확대액은 877억원으로 38배 차이다. 대중교통 이용보다 내연기관차 이용에 더 큰 보조를 하는 셈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역진성을 지적했음에도 예산은 반대 방향으로 편성됐다.
유류세 인하는 전기차 전환에도 발목을 잡는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는 전기요금 변화보다 휘발유 가격 변화에 4~6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쪽에선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다른 쪽에선 기름값을 깎아주는 정책 모순이 서로를 상쇄하는 형국이다. 그린피스·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분석 결과,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지원을 폐지하고 그 재원을 전기차 보급에 재투자하면, 2035년 전기차 신규 판매 비중은 54.8%까지 오르고 승용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5년 대비 27.9% 감축할 수 있다. 직접 규제 없이 가격 신호만 바로잡아도 가능한 효과다.
2025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는 20% 성장해 2000만대를 돌파했고, 신차 4대 중 1대가 전기차였다. 국내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은 2024년 기준 2018년 대비 1.3%에 불과하다. 전환 23%, 건물 16.3%, 산업 6.9% 등 다른 부문보다 한참 낮고, 2030년 목표인 37.8%까지 갈 길은 멀다.
쉬운 정책보다 중요한 정책으로 전환을
출범 2년 차, 눈에 띄는 쉬운 정책에서 어렵지만 중요한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일률적 유류세 인하보다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 차등적으로 하는 게 어떨까”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같은 예산으로 민생과 친환경 전환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방향으로 실제 정책의 기어를 올리는 것, 그것이 수송 탈탄소에 진짜 가속 페달을 밟는 일이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