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공론화 시급한 AI 기반 경제의 분배와 세수 문제

2026-06-04 13:00:05 게재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성과급 요구에 뒤이어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삼성전자 노사의 합의 자체는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비율 만큼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일은 해마다 있어 왔고, 2021년에 SK하이닉스 노사가 10년간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올해와 같은 막대한 규모로 영업이익이 쏠릴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기에 별다른 사회적 주목을 끌지도 않았다.

이번 사태는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경제를 인공지능(AI) 기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가야 할 사회적 과제를 공론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AI전환의 과실은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 동시에 이 질문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회피해 온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산업화 시기 대표적인 대국민 정치 프로파간다(propaganda)가 ‘선성장 후분배’였다. 한국은 민주주의를 발밑에 밟고 선성장을 이뤘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일본의 인력과 생산물을 10년에 걸쳐 제공받은 3억달러의 무상공여와 2억달러의 유상공여로 포항제철에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성과급이 던진 AI 분배의 질문

포항제철의 공사현장 경비에 해병대가 동원되는 일도 있었다. 5.16 쿠데타로 국유화한 국유은행들의 보증으로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필요한 외자를 꾸어올 수 있었다. 1인 1통장 만들기로 초등학생의 코묻은 돈까지 산업화자금으로 모았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누가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모래태풍이 분다는 소식에 새벽에 일어나 장비에 보호피를 씌웠던 건설노동자의 열정과 헌신은 당시 외신에서도 화제였다.

산업화로 성장은 이루었지만 후분배의 정치적 약속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물은 적이 없다. 일자리 소득 노후 주거 자산시장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모든 것의 양극화’ 시대를 걷고 있을 뿐이다. 우선 당장의 문제만 넘기려는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 뿐이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 불렸던 1986~1988년간의 노동자 투쟁을 기업별로 대강 넘어간 결과는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간 임금 양극화를 낳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넘기는 과정은 복지예산을 늘리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건널 수 없는 임금격차를 만들고 말았다.

이제 분배하는 방법에 대한 과제가 새로운 모습으로 그것도 아찔할 정도의 속도로 다가들었다. 세계적 차원에서 AI 투자의 결과는 소수 빅테크 기업의 이익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익독점의 쏠림 구조는 한국에서도 동일하다. AI 투자의 성과는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몇몇 산업분야의 몇몇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올해 영업이익 성장률을 320%로 전망했다. 그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 영업 이익의 74%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AI전환을 위해 AI디바이스를 구매하는 등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플랫폼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기업이 생산성 증가의 과실을 더 많이 차지한다. AI를 훈련하는 데 필요한 데이타의 상당수는 일반 국민이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데이터로 훈련한 AI가 만들어 내는 수익은 일부 기업이 가져간다.

과거에 노동자를 고용해 처리하던 일을 소비자가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무상으로 대신해 준다. 키오스크 사용 기록은 또 다른 데이터가 된다. AI전환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사회구성원에게 광범위하게 공유되지 않고, 소수에게 독점된다면 AI전환에 대한 참여가 떨어질 것이며, 나아가 정치적 사회적 반발까지 급증할 것이다. AI 윤리문제는 AI 전환의 지속가능성 문제이기도 하다.

AI 전환 시대, 분배의 새 공식 찾을 때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발표했는데 전체 고용자수는 전년 동기대비 22만여개 증가했지만 20대 이하 일자리는 11만1000여개가 줄었다. AI 전환에 따른 고용구조변화와 청년세대 일자리 부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청년노동자에게 AI를 붙여 청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시니어노동자에게 AI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세대가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잃어버리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당장 청년층의 소득감소는 인구구성변화와 연결되어 노동 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조세체계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미 국외에서는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나서서 감소하는 소득세를 메울 수 있는 ‘AI과세’ 체계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 26-03호’ 보고서에서 ‘AI사회보장세’도입을 제안했기에 공론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