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3개월…국제유가 중대 분기점 맞아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로 두바이유 3주만에 170달러 육박
공급불안 완화되며 하락 … “재고 고갈 위험” 재상승 경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역사적인 급등락을 거치고 있다.
중동산 원유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배럴당 170달러에 육박하며 브렌트유를 크게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3일 기준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현재 시장은 ‘전쟁 종료 기대’와 ‘재고 고갈 우려’가 충돌하는 국면으로 보인다.
◆두바이유, 중동 지정학적 위험 직격탄 =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쟁 직전이던 2월 27일 배럴당 71.24달러에서 3월 10일 100달러를 돌파한 후 23일 169.75달러까지 치솟았다. 3주 만에 138.3%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72.48달러에서 87.80달러, 99.94달러로 상승했으며, 이후 3월 31일 118.35달러까지 오르며 고점을 형성했다.
시장은 당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반영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출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브렌트유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두바이유에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집중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북해산 원유를 기준으로 하는 브렌트유와 달리 두바이유는 중동 지역 공급 차질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공급 충격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과 비축유 활용, 우회 수송망 확보 등이 이어지면서 공급 불안 심리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두바이유는 최고점을 기록한 지 불과 열흘 만인 4월 1일 108.90달러로 하락했으며, 4월 20일 98.5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3월말 118.35달러에서 4월 17일 90.38달러까지 하락했다.
5월 들어서는 계절적 수요 증가와 일부 공급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제한적인 반등이 나타났다. 두바이유는 5월 중순 107달러 안팎, 브렌트유는 112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전쟁 초기의 급등세와 비교하면 불안감은 완화된 모습이다.
전쟁 직전인 2월 27일부터 6월 3일까지 평균 가격은 두바이유 111.82달러, 브렌트유 101.21달러로 집계됐다. 두바이유가 평균적으로 10달러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컸다.
◆공급 충격 피했지만 한국경제 부담 여전 = 국제유가 급등 국면에서 두바이유가 브렌트유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다. 한국은 원유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해와 수입가격 기준인 두바이유 상승이 무역수지 악화와 경상수지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또 두바이유 강세는 석유·가스 수입비용 증가를 통해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전력 생산비와 물류비 상승으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석유화학 철강 정유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조선업계 역시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원유 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 증가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수입물가 부담은 확대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가 흐름이 한국 경제의 중동 의존 구조가 갖는 취약성을 다시한번 드러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5월 우리나라 에너지수입은 117억5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5.9% 늘었다. 원유 수입은 중동전쟁 여파로 수입 물량이 9300만배럴에서 6980만배럴로 감소했지만 배럴당 수입단가가 72.8달러에서 121.3달러로 급등하면서 수입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사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비축유 확충, 전력망 투자 확대 등 에너지 안보 강화 정책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면서 공급 차질 위험은 줄었지만 전쟁기간 비축유 방출과 재고 소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원유 재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지정학적 위험에서 재고 부족 문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셰브런·엑손모빌 “6~7월 국제유가 급등” 경고 = 실제로 미국 석유 메이저기업인 셰브런과 엑손모빌 경영진은 6~7월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셰브런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워스는 지난달말 한 투자은행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원유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고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몇 주내에 원유 재고 고갈에 따른 압력이 원유 실물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6~7월로 접어들면서 상승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정상화와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엑손모빌의 수석 부사장인 닐 채프먼도 “원유 재고가 향후 2~4주 내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고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브렌트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셰브런과 엑손모빌은 공통적으로 ‘재고 고갈 → 공급 부족 심화 → 유가 급등’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향후 몇 주가 국제 원유시장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