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석탄발전 확대 '동상이몽'

2026-06-05 13:00:01 게재

미, AI발 전력확보 위해 석탄발전에 1조원대 투입

중, 재생e 늘었지만 출력제어 증가로 석탄이 대체

미국과 중국에서 석탄발전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석탄발전 부활에 나섰고, 중국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확대했음에도 전력망 규제와 경직된 시장구조 탓에 석탄발전 가동이 오히려 늘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각기 다른 이유로 석탄발전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의 전력 정책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 기존 석탄발전소 13기에 대규모 지원 =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활용해 기존 석탄발전소 13기에 4억2500만달러를 지원하고, 신규 석탄발전소 2기 건설과 석탄 수출터미널 사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체 지원 규모는 약 6억8500만달러(약 1조508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알래스카와 웨스트버지니아에 신규 석탄발전소 2기를 건설하고, 캘리포니아와 웨스트버지니아에 게이트웨이 수출 터미널을 구축한다. 또 몬태나·와이오밍에서 생산된 석탄 수출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석탄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시설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 부족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폐쇄 예정이던 노후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는 상황이다.

◆중, 경직된 시장 구조에 막혀 탄소 배출 늘어 = 반면 중국의 상황은 결이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4244GW)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6%(1595GW)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미국은 437GW(10.3%), 한국은 41GW(0.9%)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구축했지만 전력망과 시장 제도가 이를 수용하지 못해 상당량의 청정전력을 버리고 있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동기대비 2% 증가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잠재량은 늘었으나 전력망 운영 과정에서 출력제어가 확대되면서 실제 전력망에 공급된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족해진 전력을 결국 기저전원인 석탄발전으로 대체하면서 탄소 배출량이 다시 반등했다.

블룸버그는 “1~2월 기간 동안 태양광 발전의 9.4%, 풍력 발전의 8.6%가 출력제한으로 송전되지 못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태양광 6.1%, 풍력 6.2%)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의 전력망 구조와 규제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청정에너지의 최적 활용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문제는 단순한 송전선 부족이 아니라 석탄발전소의 장기 계약 물량을 우선 수용하는 전력시장 구조의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덕커브’ 현상에 주는 시사점 = 결국 미국은 ‘복합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적극 활용하는 상황’이고, 중국은 ‘재생에너지가 남아돌아도 제도적 한계로 쓰지 못해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두 나라의 원인은 상이하지만 결과적으로 석탄발전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내 전력시장에서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휴일 낮 시간대 공급예비율이 100%를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해가 지는 저녁 시간에는 LNG발전과 양수발전이 급격히 출력을 높여야 하는 이른바 ‘덕커브'(Duck Curve)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력업계는 인프라와 시장제도 개선 없이 재생에너지만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중 사례가 선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발전설비를 얼마나 짓느냐가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리드(전력망)에 수용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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