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확산은 빨랐지만…사업화는 ‘초기 단계’
해외는 직접 금융거래 실행까지 … 국내는 상담·업무지원
작년 AI 사고 역대 최대 … “사업화·통제체계 구축 과제”
국내 금융권의 인공지능(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수익 창출과 금융거래 영역에서의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주요 금융회사는 AI를 활용해 수익 창출 효과를 확인하고 있으며, 일부 금융사는 직접 금융거래를 실행하는 영역에서 ‘에이전트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과 비교해 국내 금융권은 상담과 업무 자동화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4일 금융보안원이 발간한 ‘디지털 파이낸스 인사이트(2026년 상반기)’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AI 활용 수준은 리서치·자문·상담·거래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어 활용 범위 측면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제 거래를 실행하거나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서비스 창출 등 사업화 단계에서는 해외 주요 금융회사들과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 금융회사 20곳과 국내 금융회사 14곳의 AI 활용 사례를 비교 분석했다. 해외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최고AI책임자(CAIO)를 두거나 관련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AI 기술을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해외 금융회사 역시 AI 활용이 업무 효율화와 고객지원 중심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일부 회사는 생성형 AI를 넘어 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에이전트 페이(Agent Pay)’를 통해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인프라를 구축했고, 비자도 ‘인텔리전스 커머스(Intelligence Commerce)’를 통해 AI 활용 범위를 실제 금융거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알라딘(Aladdin)’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 분석과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은 챗봇, 상담 지원, 문서 작성, 투자 리서치 등 대부분 업무 효율화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AI 플랫폼 ‘AI ONE’을 통해 직원 1인당 하루 평균 30분 이상의 업무시간을 절감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 생성 시스템을 통해 연간 2만7000시간의 업무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고객 접점 곳곳에 AI를 배치하며 특히 기존 금융업무의 AI자동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신한은행의 AI ‘몰리’창구와 같은 무인 디지털 창구로 상담업무를 자동화하고, 증권사 중심으로 AI 기반 투자 정보 제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신용평가 자동화,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 과실비율 판정 등 주요 업무 프로세스에 점진적으로 적용해 기존 업무의 디지털화를 늘려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I 활용 확대에 따른 위험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I 사고 건수는 362건으로 전년(233건) 대비 55.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AI 에이전트의 권한 통제와 책임 구조, 위험관리 체계 등 새로운 내부통제 기준 마련이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생성형 AI 다음 단계로 에이전틱 AI가 부상함에 따라, 정보 제공을 넘어 직접적인 업무 수행 및 의사결정 지원 등 실제 실행 단계로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에이전트 권한 통제 등 새로운 통제 체계를 설계하고 및 운영 정책을 고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주요국들은 AI 활용 확대에 맞춰 금융권 특화 규제 체계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별도의 AI 감독기구를 두지 않고 은행·증권·보험 등 기존 금융감독 체계를 활용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도 AI 포괄법 대신 기존 규제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안전성, 투명성, 공정성, 책임성, 구제 등 5대 원칙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청(FCA), 중앙은행(BoE), 건전성감독청(PRA)이 공동으로 AI 위험을 감독한다.
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인 EU 인공지능법(AI Act)을 기반으로 금융권 감독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 등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고위험으로 분류해 별도 의무를 적용하는 위험기반 규제 체계를 운영 중이다.
한국은 인공지능기본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 부문에서는 ‘생성형 AI 활용 지원방안’ 및 금융권 AI 위험관리, 책임 명확화, 보안 위협 대응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AI 거버넌스 강화와 안전한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
보고서는 “AI 활용 확대에 맞춰 금융회사가 AI 리스크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실무형 도구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는 AI가 제공하는 혁신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되, 그에 상응하는 보안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