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2026-06-05 13:00:07 게재

중동전쟁 장기화, 관세위험 재부각

외국인 투자자 대규모 순매도 영향

원달러환율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40원을 넘어섰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오름세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란의 쿠웨이트 공격과 미국 관세 부과 이슈 재부각 등 대외적인 악재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20거래일 연속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한 영향이 크다.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16.21포인트(3.66%) 하락한 8,323.20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0원을 넘는 등 오름세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53분 현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은 전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0.9원 오른 1540.6원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고점인 1561.00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전일보다 0.7원 내린 1529.0원에 거래를 시작한 후 방향을 바꿔 급등하는 중이다.

전일 야간 거래에서도 원달러환율은 장중 1540원까지 넘어섰다. 이날 오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직접 대응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과도한 쏠림에 대한 통화당국의 경고가 무색하게 원달러환율은 고점을 높여가는 모양새다.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순탄치 않은 가운데 양측은 휴전에도 불구하고 군사행동에 나서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종전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며 시장에는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휴전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또한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오전에도 1조4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팔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19거래일째 국내 주식을 66조618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 주식 순매도액은 116조2702억원에 달했다.

지방선거 이후 정국불안도 원달러환율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서울 일부 선거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뒤 재투표 시위가 확산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500원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종전협상이 결렬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600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이 겹치면 환율 1600원 수준까지도 열어놔야 할 수 있다”며 “환율이 지난 4년간 고점을 꾸준히 높여온 만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당국의 구두개입만으로 중장기적인 환율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부각되는 미국 관세 부과 이슈와 대미 직접투자 영향도 문제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이 감소하고 그만큼 달러 유입이 줄어 환율이 오를 수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도 미국의 대 주요국 관세 재부과와 대미투자로 인한 미 달러 유출로 인해 고환율이 지속될 것”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화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환율 결정 구조가 경상수지 중심에서 자본수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주식 수급의 개선 여부가 단기적으로 원달러환율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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