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그린수소 생산비용 낮출 고내구성 촉매 개발
이병훈 교수 연구팀, 차세대 수소 생산 기술 기대
국내 대학 공동연구팀이 그린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고내구성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기존 루테늄 촉매의 약점으로 꼽혔던 낮은 내구성을 크게 개선해 차세대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고려대는 KU-KIST융합대학원 이병훈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 성영은·현택환 교수와 경희대 김민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산성 수전해용 루테늄 기반 고내구성 촉매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그린수소 생산에 활용되는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기술은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유망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산성 환경과 높은 전압 조건에서 촉매가 쉽게 손상되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특히 루테늄(RuO₂) 촉매는 반응 효율이 뛰어나지만 장시간 사용 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엔트로피 도핑(High-Entropy Doping)’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수소 생산 반응이 일어나는 활성 부위는 유지하면서도 내부 구조는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촉매의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투과전자현미경(TEM)과 X선 흡수분광 분석, 밀도범함수(DFT) 계산 등을 활용한 분석 결과에서도 고엔트로피 도핑이 촉매의 과도한 산화와 손상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성능 평가에서는 새 촉매가 강산성 환경과 실제 수전해 공정 수준의 전류 조건에서 12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기존 루테늄 촉매가 수십 시간 이내 성능 저하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내구성이 크게 향상된 수치다. 또 현재 산성 수전해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가의 이리듐 촉매에 근접한 수준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수전해 설비의 유지 비용을 줄이고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차세대 다기능 에너지 변환 촉매 개발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에 여러 원소를 첨가하는 수준을 넘어 원자 단위에서 결합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한 새로운 설계 개념을 제시했다”며 “수전해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 전환 기술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