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산업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2026-06-08 13:00:18 게재

중국의 부상과 차세대 아키텍처의 등장 … 2030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분수령 될듯

요즘 우리나라에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중고생들도 부모님들에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선물로 사달라고 한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한국증시 시가총액의 과반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이 두 회사의 향방에 국가와 국민 경제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회사의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우리나라의 경제가 달려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삼성전자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매우 높은 이익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고성능 DRAM(동적 랜덤 접근 메모리), 기업용 솔리드 스트레이트드라이브(eSSD)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군, 그리고 전반적인 메모리 ASP 상승이다.

다만 현재 메모리 시장의 부족은 모든 제품군이 동일하게 부족한 형태라기보다 AI 하이퍼스케일러 투자가 HBM, 서버용 고성능 D램(RAM), 기업용 eSSD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결과다. 이에 따라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패키징·고객배정능력을 고부가 제품군에 우선 배분하면서 범용 제품군까지 연쇄적으로 타이트해진 구조에 가깝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범용 시장부터 잠식하는 중국 반도체

그 결과 PC용·모바일용 범용 DRAM과 일반 NAND·클라이언트 SSD 시장에서는 공급 공백이 발생했고 이 빈자리를 DRAM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 낸드(NAND)에서는 중국의 양쯔메모리(YMTC)가 점차 메우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하락 국면을 버티는 동안 일본의 엘피다, 독일의 키몬다 같은 취약한 경쟁자들이 재무적으로 견디지 못하고 퇴출되었다.

그러나 CXMT와 YMTC는 중국 반도체 자립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서 정책금융, 지방정부 지원, 국가펀드, 내수 고객 기반의 지원을 받을 가능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가격 치킨게임만으로 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는 훨씬 어렵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과거 삼성전자DS부문, SK하이닉스의 거센 치킨게임 속에서도 한국기업을 놀라게 할 만한 비용절감을 통해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일본의 엘피다를 인수해 ‘마이크론 재팬’으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생존을 걱정해야했던 마이크론이 일단 생존에 성공했고, 최근 AI 특수에 따른 메모리 수요 부족사태에서 존재감을 키워서 지금은 당당히 세계 3위의 자리를 차지하며 미국 기술주의 급등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최근 CXMT와 YMTC의 생존 및 약진이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은 존재감이 미력하지만 언제든 이들이 각각 DRAM과 NAND의 주요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삼성전자DS부문,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AI 수요로 촉발된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전력을 다해도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CXMT YMTC와 같은 신규 진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를 할 만한 여유도 없다는 점이다.

CMXT나 YMTC의 입장에서 보자면 도저히 침공할 수 없었던 굳건한 성이 하루 아침에 성문을 활짝 열고 방어군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마치 빈집털이 같은 천재일우의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만의 중소 메모리 업체였던 ‘난야’도 심상치 않은 횡보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삼대장이 정신없이 바쁜 상태를 틈타서 TSMC와 더불어 부모가 대만사람인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난야를 기술적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문도 있다.

HBM에 대한 장기적 도전도 시작

이와 더불어 HBM 자체에 대한 장기적 도전도 시작되고 있다. 엔비디아 GPU, 구글 TPU(텐서처리장치), 아마존의 AI 모델 학습 칩 트레니움(Trainium), 인퍼런시아 추론칩(Inferentia) 같은 데이터센터 AI 가속기는 여전히 HBM을 강하게 필요로 한다.

반면 최근 한달 사이에 나스닥에 상장된 세레브라스는 수많은 연산 코어와 대규모 SRAM을 웨이퍼 스케일 칩 위에 구현하고, 외부 메모리 스트리밍 구조를 결합함으로써 GPU 옆에 HBM을 붙이는 기존 방식과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세레브라스는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인수를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했던 미국의 기술 벤쳐기업이었지만 손정의의 제안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힘으로 나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세레브라스 방식의 기술을 도입했을 때 연산 성능을 기존의 GPU-HBM 또는 TPU(NPU)-HBM 방식과 비교하면 최대 22배의 속력을 보여주면서도 토큰 생성 비용은 1/5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틀을 완전히 뛰어 넘는 획기적 기술인 것이다.

특히 현재 세레브라스는 해당 기술을 이미 현실로 만들어서 해당 괴물칩을 판매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사업도 오픈한 상태여서 누구라도 세레브라스 홈페이지에서 그 성능을 직접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현재 오픈AI가 세레브라스의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세레브라스 방식이 AI 시장 전체에서 HBM 필요성을 지금 당장 없앴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특정 워크로드에서 HBM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적 아키텍처 상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거대한 둑도 조그마한 균열로 말미암아 무너질 수 있 듯이 기술의 세계에서는 마이너한 기술이 일순간에 메이저 기술로 탈바꿈하는 것이 언제든 가능하다.

일본 반도체와 인텔의 저력 얕봐선 안돼

또한 ZAM이라는 차세대 고대역폭 적층 DRAM 후보도 등장하고 있다. ZAM(제트 앵글 메모리)은 소프트뱅크그룹의(SoftBank) 자회사 사이메모리(SAIMEMORY)와 인텔(Inte)l이 추진하는 기술로 FY2027 프로토타입, FY2029~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ZAM은 당장 HBM을 대체하는 양산 기술은 아니지만 성공할 경우 2030년 전후 HBM의 가격 프리미엄과 공급자 협상력을 압박할 수 있는 장기 변수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체된 일본 반도체 기업들과 최근 수년 동안 부진한 인텔을 목격한 사람들에게는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질 수 있지만 이들을 더 이상 예전의 잣대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의 민관이 합동으로 밀어주고 있는 라피더스는 회사 설립 당시 정한 마일스톤을 하나씩 제대로 수행해 나가고 있는 상태이고, 인텔은 ‘팻 갤싱어’ CEO 체재에서 예전의 기술경쟁력을 회복한 이후 ‘립부 탄’ CEO 체제에서 예전의 사업경쟁력을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과 인텔은 예전과는 달리 말 그대로 ‘하겠다 하면 진짜로 해내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8년 이후 메모리 고마진 꺾일 가능성

이런 상황을 종합한 해당 분야 분석가들의 주류 의견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2026~2027년까지 고마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8년 이후에는 중국 업체의 범용 메모리 침투, 고객 재고 조정, AI 투자 속도 둔화,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의 등장 여부에 따라 마진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약세 시나리오에서는 2029~2030년에 일부 분기 적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HBM 수요를 흔드는 대체 아키텍처가 시장에 도입된다면 삼성전자 DS와 SK하이닉스의 고수익 구조는 생각보다 빠르게 압박받을 수 있다.

며칠 전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행사에 참석한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2위 메모리 기업 총수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긍정적 전망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엔비디아로부터 이미 2030년 물량까지도 선주문을 받아 놓았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메모리 산업 분야를 수십년 동안 지배해왔던 사이클의 주기가 달라지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메모리 산업이 사이클을 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수년 이내에 판별이 될 듯 하다.

이해성

내일e비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