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두고 기획처-교육부 줄다리기

2026-06-09 13:00:02 게재

반도체 초과세수 ‘뜨거운 감자’, 민선교육감들 “세율변경 반대”

하반기 정기국회를 앞두고 교육계도 물밑 ‘예산 전쟁’에 들어갔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배분을 둘러싼 ‘기 싸움’이 예상된다.

우선 교육부는 기획예산처의 ‘교육 예산 구조적 삭감’ 공세를 방어해야 할 처지다.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당국은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연동으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국민과 함께하는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초·중등 교육을 내실화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면서도 “연동 구조로 인한 경직성이 갖는 한계도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교육부는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 경직성 예산이 교부금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교부금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특수교육 학생 등에 대한 정서 지원 등 새로운 교육 수요는 이미 매년 늘고 있고,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도 반박한다.

하지만 교육부도 마냥 반대만 하기에는 어려운 처지다. 교육교부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1972년 12.98%였던 교부율은 2019년 말 지금의 비율이 됐다. 2010년대부터 학생 수가 줄어들며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을 할당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교육교부금은 2016년 43조원에서 올해 71조원(추경 포함 76조원)으로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는 596만명에서 492만명으로 줄었다. 내년 교육교부금은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80조~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민선 교육감들이 남는 예산으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한다는 여론도 부담이다.

교육부는 최근 내국세 연동 비율은 유지하되, 일정 상한을 둬 초과분을 교육재정안정화기금(가칭)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율을 유지해 큰 틀에서 ‘교육 예산’을 방어하되 지방교육청에 초과세수가 과도하게 배분되는 것은 막자는 취지다. 교육부로서는 기금을 추경이나 영유아, 고등교육, 대학교 지원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일선에선 반대 목소리가 크다. 전국 시·도교육감이 모인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을 경상성장률 연동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연간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며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진보·보수 교육감을 가리지 않고 모두 교육교부금 축소에 반대하는 모양새다.

재선에 성공한 진보 성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당선 확정 직후인 4일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해 “대한민국을 교육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증액 요인들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보수 성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줄곧 반대 입장이다. 그는 3선에 성공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교육계의 반발을 의식해 내국세 일정 비율을 자동 배정하는 방식을 폐지하는 대신 ‘전년 대비 교부금 총액이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달말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8일 해명자료를 통해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교육교부금은 어떤 방안이 채택돼도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교육 예산을 줄이는 방향인 만큼 교육계와 학부모 등의 반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차염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