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송 중단, 건설현장 비상

2026-06-09 13:00:34 게재

운송기사 집단 휴업 … 단가 인상·교섭권 요구

반도체 공장·아파트 공사 현장 공정 차질 우려

수도권 레미콘 운송 기사들이 운송비 인상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요구하며 전면 휴업에 돌입했다.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레미콘 공급 차질로 건설 현장의 공정 지연이 불가피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은 전날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수도권 조합원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대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운련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운송비 인상과 단체교섭 이행, 고용안정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전국 단위 노조 설립이 인정됐음에도 사용자측이 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나설 경우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교섭 거부가 계속되면 가능한 모든 법적·조직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레미콘 제조사들은 믹서트럭 운송기사를 개인사업자로 보고 있어 단체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올해 2월 법원에서 일부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필증을 받았지만, 관련 소송이 항소심 진행 중인 만큼 교섭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운송비 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제조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은 급감했지만 운반비는 계속 상승해 왔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휴업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현장 전반의 공사 중단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레미콘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주요 공정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레미콘은 아파트와 빌딩, 도로, 교량 등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핵심 자재다. 특히 골조를 만드는 콘크리트 타설 공정에 필수여서 공급이 중단되면 후속 공정도 함께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정부에 노사 간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를 요청했다.

건협은 “레미콘 반입이 중단되면 주요 공정 차질과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협은 휴업 장기화에 대비해 수도권 건설 현장의 배치플랜트(현장 레미콘 생산설비) 설치 요건을 완화하는 등 공급 안정화 대책 마련도 정부에 건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휴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운송 중단이 곧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 중단은 대부분 3~5일 안에 타결됐으며, 2022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에는 16일간 운행이 중단된 바 있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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