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EU와 차세대 양자암호기술 개발
‘호라이즌’ 과제 수주
아시아 민간기업 최초
SK텔레콤이 아시아 민간기업 최초로 유럽연합(EU) 연구기금인 ‘호라이즌 유럽’(호라이즌) 지원을 받아 양자암호 신기술 개발에 나선다.
SK텔레콤은 호라이즌 과제로 차세대 양자암호 기술을 개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 유럽 3개국과 공동 협력하는 다국가 프로젝트로 향후 3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SKT에 따르면 이번 과제 목표는 통신 보안 강화를 위해 차세대 ‘QPIC-AI’ 기반 양자키분배(QKD) 시스템을 구현·실증하는 것이다.
QKD는 양자 역학의 특성을 기반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양쪽에서 동시에 양자 암호키를 생성 및 분배하는 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서 가로채려는 순간 양자의 물리적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해 현존하는 암호체계 가운데 가장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 사용중인 QKD 시스템은 보급에 한계가 있다. 단일 광자 광원·간섭계 등 정밀 광학 부품들을 각각 개별 장비 형태로 조립·정렬해야 해 시스템이 크고 무겁다.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QKD 시스템 소형화·구축 비용 절감은 양자암호 통신 시장 저변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리스 국립과학연구센터(NCSRD), 오스트리아 기술연구원(AIT), 독일의 반도체 스타트업 시노게이트UG 등 유럽 3개국의 기관들도 참여한다. NCSRD가 과제를 총괄하며 QKD 광학계 제어용 AI를 개발한다. AIT는 키 관리 시스템 개발, 시노게이트 UG는 AI 기능 로직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SKT는 광자집적회로(PIC) 기반 QKD 시스템 개발, AI 기능 적용과 QKD 테스트베드 구축·검증을 담당한다. 한국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PIC 기반 QKD 송신부와 수신부 광학계 칩 개발을 진행한다.
호라이즌은 EU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연구기금으로 규모는 약 955억유로(약 170조원)다. 우리나라는 2025년 7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준회원국으로 가입해 유럽으로부터 직접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SKT는 양자암호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시아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연구비를 지원받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 과제에서 SKT가 개발하는 ‘QPIC-AI’는 이 문제를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이다.
우선 여러 장비가 필요했던 광학 부품들을 반도체 공정기술(PIC, 광자집적회로)로 하나의 작은 칩에 집약해 시스템을 대폭 소형화한다. 또 임베디드 AI를 탑재해 온도·진동 등 외부 환경 변화로 흔들리는 광학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보정함으로써 QKD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QKD 시스템이 반도체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만 단가가 낮아지고 전력 소비가 줄어 운용비용이 절감된다”며 “지금까지 주로 국방·금융 등 일부 분야에 한정됐던 QKD 기술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T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1년부터 15년 이상 양자암호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해 왔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