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칼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26년 6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린다. 4년을 기다린 선수와 축구팬의 가슴이 설레는 순간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 4월 플레이오프 토너먼트 연장전 끝에 승리해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정말 힘든 과정으로 본선에 진출한 이 팀의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지훈련의 일환으로 스페인 남부의 한 도시에서 6월 9일 열릴 예정이었던 칠레와의 평가전 경기가 취소되었다. 그 이유는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등이 큰 걱정거리였다.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고 모든 것에 인간이 문제다. 해결도 인간의 몫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의 치명률은 아주 높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익숙해진 우리는 높은 치명률이 낮은 전파율을 의미함을 알고 있고,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는 국지적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달리 에볼라 바이러스는 직접 접촉으로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비말에 의해서는 전파되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를 했던 것을 기억하자.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한 전투모드에 있기 때문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에 우리 역할도 기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점들이 보인다. 우선, 에볼라 진단 초기검사에서는 음성을 나왔던 결과가 이후 양성으로 바뀐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즉, 조기진단의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뜻이고, 이는 유행의 시작을 한동안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의료 종사자 감염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도 심상치 않다. 의료환경 내에서 인지되지 못한 전파가 있었고, 감염예방 및 통제에 공백이 있음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수백km 떨어진 지역에서 감염사례가 확인된 것은 완전한 봉쇄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인적 이동망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백신과 치료제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기존의 자이르형 바이러스와 다른 특성의 번디부교 바이러스다.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비해 사용 가능한 백신은 자이르형 에볼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번디부교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보호효과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료제로 승인된 단클론 항체 치료제도 자이르형 에볼라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된 것이어서 번디부교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은 입증되지 않았다. 백신과 치료제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어무기인데, 바이러스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으나 우리의 방어체계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제 대책은 명확해 진다. 특화된 백신·치료제 부재 때문에 과학적 연구와 현장 대응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신속한 유전체 분석을 포함한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취약점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백신과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히 mRNA 백신과 전통적 방식의 백신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단 1년 만에 만들어져서 팬데믹 종식에 결정적 기여를 했으니 이번에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당장은 번디부교 바이러스 진단이 가능한 신속검사법이 보급되어 진단의 효율이 최대로 끌어 올려져야 한다. 의료환경 내 강력한 감염예방 및 통제도 중요하다. 접촉자 추적 및 지역사회 참여 강화, 고품질 치료를 지속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는 치료센터 운영 등 코로나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을 다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겠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와는 무관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을 전제로 대책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우리 보건당국도 잘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수준에서의 위기 대응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고 생각해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시약 개발 능력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에볼라 신속 진단 고도화에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팬데믹 극복의 노하우를 가진 우리 의료진들이 국제적 무대에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학적 사실 근거한 논의 활성화
다양한 괴담들이 심각한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감염병과 같은 위기에 대해서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차분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2002년 영국에서 시작된 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유해성 논란을 계기로 만들어진 비영리 독립기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가 발족되어 정확한 전문가 의견을 빠르게 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과학기술 이슈에 대해서 엄밀하고 정확한 전문가 의견을 확인할 수 있으니 한번 방문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이 칼럼의 기반이 된 과학적 사실도 SMCK에서 확인하고 믿고 쓸 수 있었음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