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엔 집안일도 인공지능이 다 한다”
여름철 가사노동 줄이는 가전 … 청소·세탁·음식물 처리·커피까지 자동화
고온다습한 여름철이 이어지면서 집안일 부담을 덜어주는 스마트 생활가전이 주목받고 있다. 장마와 폭염으로 빨래는 잘 마르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는 쉽게 부패하며, 환기가 어려워 실내 위생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사람이 직접 해결해야 했던 집안일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생활가전이 대신하면서 가사노동의 개념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사노동 시간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8일 국가데이터처의 ‘2024 가계생산위성계정’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019년 137분에서 지난해 132분으로 3.8% 감소했다. 배달 서비스 확대와 맞벌이 증가, 1인 가구 확산 등 사회 변화와 함께 생활가전 기술 발전이 집안일 시간을 줄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가전의 변화는 단순히 노동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집안일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청소와 세탁, 음식물 처리 부담이 커지는 만큼 관련 가전의 진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청소다. 과거에는 빗자루와 걸레가 청소의 전부였지만 진공청소기를 거쳐 최근에는 스팀과 습식 세척 기능을 결합한 전문 청소기가 등장했다. 먼지를 흡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룩 제거와 살균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방식이다.
비쎌의 ‘스팟클린 하이드로스팀 프로’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95도의 고온 스팀과 분사, 세척, 흡입 기능을 결합한 3단계 세척 시스템을 적용해 소파와 카펫, 커튼, 반려동물 침구 등 물세탁이 어려운 패브릭 제품까지 관리할 수 있다. 1만7000Pa의 강력한 흡입력으로 남은 수분까지 제거해 습도가 높은 여름철 곰팡이나 세균 번식 우려를 줄여준다. 반려동물 털이나 음식물 얼룩 관리에도 활용도가 높다.
빨래를 말리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햇볕과 바람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의류 관리까지 가능한 건조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장마철이나 집중호우에도 빨래를 빠르게 건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살균 기능까지 갖추면서 위생 관리 역할도 하고 있다.
위닉스의 ‘인버터 컴팩트 건조기S’는 업계 최초로 인버터 모터를 적용해 건조 효율을 높였다. 양방향 드럼 회전 기능으로 건조 후 옷감의 구김을 최소화하며 자외선(UV-C) 살균 기능을 통해 녹농균과 폐렴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유해 세균을 99.9% 제거한다. 의류 케어 기능을 이용하면 먼지와 반려동물 털, 냄새까지 관리할 수 있어 여름철 활용도가 높다.
주방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매일 배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동 보관과 건조 기능을 갖춘 음식물 처리기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코웨이의 ‘제로 음식물 처리기’는 음식물을 최대 7일 동안 위생적으로 보관한 뒤 자동으로 건조·분쇄한다. 보관 중에도 매일 고온으로 내부를 가열해 부패를 억제하고, 자외선(UV-C) 살균과 고온 세척 기능으로 내부를 위생적으로 관리한다. 작동 소음도 평균 18.7데시벨 수준으로 낮춰 생활 공간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방식도 생활가전 발전과 함께 간편해졌다. 과거에는 원두를 직접 갈고 추출해야 했지만 이제는 캡슐 하나만 넣으면 버튼 한 번으로 커피가 완성된다.
네스프레소 ‘버츄오 업’은 전원을 켠 뒤 약 3초 만에 예열을 마치고 커피를 추출한다. 아이스커피와 라테 전용 기능도 제공해 여름철 시원한 음료를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추출 온도와 용량을 개인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세척과 석회질 제거도 자동으로 진행돼 관리 부담도 줄였다.
생활가전의 진화는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사용 빈도와 시간대를 분석해 최적의 운전 모드를 추천하고, 에너지 사용량까지 관리하는 기능도 일반화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생활가전이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집안일을 대신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각종 센서를 활용해 청소와 세탁, 공기 관리, 음식물 처리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스마트홈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성능이나 가격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시간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관리가 얼마나 쉬운지, 위생까지 얼마나 챙길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 증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반복적인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제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생활가전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능이 좋은 제품보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생활가전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위생 관리와 가사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스마트 가전에 대한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