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가 트렌드’된 정원, ‘보편적 녹색 행정’으로 완성해야

2026-06-10 13:00:01 게재

바야흐로 정원의 시대다. 지방선거에서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공약이 전국을 휩쓸었다. 각기 명칭은 달리 표현되었지만 100~150개가량 지자체에서 정원도시를 내세웠다. 이 정도면 ‘생활밀착형 자연친화 여가 인프라’는 하나의 시대정신이다. 8년 전 필자가 ‘힐링도시’를 들고 초선 구청장 선거에 취임하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최근의 정원도시 열풍이 시대정신으로 ‘격상’된 이유는 여럿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과 쉼의 재발견,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 수준과 행정에 대한 높은 요구,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 등 메가이벤트의 흥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원정책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했다.

최근 도시설계, 조경 등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도권 또는 대도시의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분석할 때 정원도시 정책만큼은 노원이 ‘압도적인 선두’”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이를 대표하는 성과로는 전국 유일의 ‘대한민국 국토대전’ 5년 연속 수상, 전국 휴양림 업계를 뒤흔든 ‘수락휴’의 센세이션이 먼저 언급된다. 필자 스스로도 첫머리에 자랑하고 싶은 성과들이지만, 정작 구민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시대정신이 된 '자연친화적 여가 인프라'

‘내 집 앞의 변신’. 하천변 아파트 동네에서는 하천변 산책로와 수변감성 거점들이, 산을 등지고 사는 주민들은 무장애숲길과 힐링타운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노원의 어느 동네에 살더라도 “동네 근린공원을 새로 했는데 자주 나가 걷는다”고 답할 것이다.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 등을 합쳐 180여 개나 있는 노원의 공원들 중 지난 8년 동안 140여개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된 것은 ‘대표 정책’에 가려 주목을 덜 받는 사이 주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 준 저력의 근원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1달 치 객실이 3분 안에 예약 완료되는 탓에 수락휴에 못 가 본 이들, 노원구 정원정책이 전문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기사를 검색해 보지 않는 이들이 어디서 ‘압도적인 정원도시’를 체감했겠는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저녁 산책을 하던 곳이 예쁘게 바뀌고, 예쁜 공원이 생긴 김에 아이들을 데리고 한 번 나가보고, 마침 쉴 곳이 보여 여유롭게 앉아도 보고, 옆 동네에는 더 큰 공원(힐링타운)이 있대서 주말에 가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해 보는 경험이 축적되며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체감한 것이다.

이제 정원도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많은 상상과 노력이 뒤따를 테니, 노원의 사례를 배우러 오는 발길도 잦아질 것이다. 아무래도 수락휴, 화랑대철도공원, 불암산힐링타운 등이 당장 손에 꼽힐 방문지가 될 것이다. 이미 수락휴는 개장 1년도 채 되기 전에 벤치마킹 기관방문이 100회를 넘겼으니 말이다.

먼저 해 본 입장에서 조언 하자면, 노원의 성과를 배울 때 수락휴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랜드마크 하나에 집착하는 편의주의는 ‘정원도시’를 행정 슬로건 안에 가두는 일이다. 주민 누구나 자신의 정원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정원도시는 동네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공짜라 주민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다. 가까워서, ‘잘’ 만들어서, 열려 있어서, 내 일상이 ‘반짝이는 콘텐츠’가 되어 좋은 것이다.

진정한 정원도시 동네 작은 변화에서 시작

정원도시가 지방행정의 ‘메가 트렌드’가 된 원동력은 유권자의 눈앞에 보이고 피부에 체감되는 일상의 작은 쉼과 변화였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