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이재명정부 2년차, ‘기후정부’ 시그널이 작동해야
중요한 정책적 어젠다는 실종된 채 여야 모두 심각한 내홍 속에 치러진 6.3 지방선거가 갈등과 분열,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현주소만 드러내며 끝이 났다. 이제 막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정부의 우선 과제는 아마도 이번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한 국정운영의 재정비일 것이다.
이번 선거는 기후·에너지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기후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 집권 초기에 치러진 선거인지라 에너지전환이 지역의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며 다양한 현장 솔루션이 터져 나오리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상은 열렬한 변화의 열기는커녕 에너지전환은 변방으로 밀려나거나 실종된 주제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센터 유치 개발은 전체 광역 자치단체장 후보의 70% 이상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뜨거운 이슈였다. 물론 지방정부의 그러한 선택이 향후 중앙정부의 AI 정책에 상당한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AI산업의 기반이 되어야 할 에너지전환을 신속하게 확대하기 위한 고민과 해결책의 제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히려 선언적 수준의 공약만 난무했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한국보다도 훨씬 풍족한 나라들조차 데이터센터가 초래한 에너지, 수자원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판국에 인공지능의 기술 세계로 무작정 내달리는 모양새다.
AI 열풍에 가려진 에너지전환
이 상황은 번지수가 잘못된 한국의 전환 정책 현실과 함께 현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선 무엇보다 ‘기후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순수 재생에너지 비중이 아직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정부 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에 아직은 시기상조인 면도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막상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을 향한 변화의 흐름을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비전과 현실 간의 이러한 간극은 자본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재명정부 들어 증시가 활황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전환 관련 주식은 거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에너지전환에 기반한 미래산업 성장’이 시대적 메가트렌드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며 각종 제도개편과 입법작업을 추진함으로써 왜곡된 정책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기초한 산업 전환이라는 정부의 단호하고 일관된 시그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과감한 재정지원과 규제개혁 역시 산업화 시대의 관성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2026년 정부의 기후·에너지 예산안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에너지전환의 비전과 현실 간의 괴리는 수치로 더 분명해진다. 금년에 8.1% 증액된 정부의 예산 지출은 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지출과 R&D 투자 증대에 맞춰져 있는데, 온실가스감축 인지예산 역시 16조8000억원으로 증액되었다. 하지만 기후투자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전기차 수소차 등에 집중돼 있으며 시스템 전환과 관련한 예산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정부 시절 축소되었던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금년도에 8525억원으로 37.7% 증액돼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핵융합 예산이 전년 대비 126% 증가한 1조5699억원으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대전환을 해석하는 인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에너지효율과 수요관리 예산 또한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영세한 규모에 머물고 있으며, 투자 대상 사업도 매우 제한적이고 공급 정책의 보조적 수단이 대부분이다. 예산투자 역시 거의 설비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공정설계와 운영관리를 포함한 시스템 차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은 4년, 전환의 실행력을 증명해야
한편 이번 선거과정에서 극명해진 정치 사회적 갈등은 기후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이해당사자들의 공감과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정부는 갈등관리나 공론화 같은 기존의 접근 방식을 넘어서 덴마크의 ‘기후 파트너십(Climate Partnership)’이나 독일의 ‘지역전환(Revierwende)’과 같은 사회적 동행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이재명정부 남은 4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청와대를 포함해 진정한 에너지전환을 주도할 조직과 인적 개편, 그리고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