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서 변리사 비밀유지권은 필수”
IP업계 “소송전략 유출 방지”
변리사법 개정안 국회 계류
미국 등 주요국 폭넓게 인정
세계는 지금 지식재산(IP) 패권전쟁이 한창이다. 글로벌 특허소송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유럽·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허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기업의 핵심전략을 담고 있다. 따라서 기업 핵심기술 보호와 분쟁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특허분쟁 대응제도는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송에서 기술자문과 전략을 조력하는 ‘‘변리사-의뢰인간 비밀유지권’(변리사 비밀유지권)이 없는 상황이다. 소송에서 기업의 핵심전략이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형국인 셈이다.
기업들과 지식재산(IP) 전문가들이 변리사 비밀유지권 도입을 지속 요구해 왔다. 지난 1월에서야 ‘변리사 비밀유지권’(ACP) 도입을 위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0일 IP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은 변리사 또는 변리사였던 자의 발명 등에 관한 비밀누설 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뢰인이 변리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정보나 자료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종민 의원(무소속)은 “산업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기업 특허권 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변리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리사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뢰인이 실효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특허분쟁 현장에서는 기업이 변호사보다 변리사와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특허분쟁 환경에서는 기업의 기술분석 자료와 무효화 전략, 회피설계 방향, 라이선스 협상전략 등이 분쟁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꼽힌다.
현행 국내 제도는 변리사와 기업 간 자문 내용이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되지 않고 있다. 소송과정에서 상대방에게 공개돼도 법적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 ‘한국형 증거개시제도’가 상생협력법에 도입돼 변리사 비밀유지권은 더욱 필요해졌다. 증거개시제도는 특허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조사해 증거를 확보하는 제도다.
IP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도입으로 기업이 핵심기술과 법률전략을 안심하고 전문가와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변리사와 의뢰인간 비밀유지권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우리 기업의 미국 특허분쟁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김민태 CJ제일제당 상무는 “우리 기업이 해외 특허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변리사 비밀유지권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