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분식회계 중징계…검찰 고발·통보는 않기로
증선위, 금감원 ‘검찰 조치’ 원안에서 수정
영풍,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재무제표 누락
고려아연, 투자손실·자회사 손실 축소 반영
수사참고 ‘업무정보’ 형태로 검찰에 보낼 듯
고려아연과 영풍이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검찰 고발·통보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업무정보 형태로 관련 혐의가 검찰로 넘어갈 예정이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10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영풍·고려아연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감사인 지정과 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감원은 영풍에 대해 검찰 고발, 고려아연에 대해 검찰 통보하는 조치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 혐의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증선위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일부 사안의 고의성 인정 범위와 위반 정도를 재검토해 조치 수위를 조정했다.
금감원 원안이 그대로 의결됐다면 회사와 경영진이 대거 검찰 수사 대상이 됐겠지만 증선위 결정에 따라 형사처벌은 피하게 됐다. 다만 수사참고 목적으로 제공되는 업무정보를 검찰이 검토해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
업무정보 송부는 형식상 고발·통보와는 다르지만 검찰이 수사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증선위는 지난 2024년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사건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증선위에 따르면 영풍은 5건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제련소 주변지역 오염토양 정화명령과 관련해 법적 정화의무가 명확함에도 2021년과 2022년 각각 521억원 상당의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관련 법규상 허용되지 않은 정화방식으로 충당부채를 산정해 332억원 가량의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했다. 또 제련소 주변 임야, 제련소 1·2공장 건축물 하부 토양과 지하수 등의 오염과 관련한 정화 비용을 충당부채로 인식하지 않거나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이와함께 제련소 조업정지 관련 손상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최선의 추정치가 아닌 과거의 조업정지 손익 추정치를 사용해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했다.
증선위는 영풍의 전 대표이사에 대해 해임권고 상당 조치, 담당임원과 전 담당임원에 대해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월 조치를 의결했다. 회사와 회사 관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고려아연도 5건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금융상품 및 관계기업투자의 공정가치와 회수가능액이 줄었는데도 관련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실제보다 적게 인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결기준으로 2022년 212억원, 2023년 1392억원의 평가손실을 적게 반영했다.
또 종속회사와 관련해 발생한 특수관계자 거래를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고, 해외 종속회사의 회수가능액이 감소함에 따라 영업권과 종속회사의 손상이 발생했음에도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
투자자산 손실·손상에 대한 점검을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등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한 취약 사항이 발생했고, 종속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관련 주요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 등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한 혐의도 확인됐다.
당초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분식회계 기간을 2019년부터 2024년까지로 지적했지만,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2022년부터 2024년으로 축소됐다.
한편 이날 증선위는 한결엘에스에 대해서도 재고자산 허위계상, 재고자산 평가손실 과소계상 등의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감사인 지정 2년, 전 재무담당임원 면직권고 상당, 검찰 통보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검찰 통보 대상에는 회사와 전 대표이사 및 전 재무담담임원 등이 포함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