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도 중동쇼크엔 ‘무릎’…내란사태 뒤 고용 첫 감소
5월 취업자수 2912만명 … 전년 동월보다 4만명 줄어
고용장관회의 “청년고용 지원·고용위기지역 지정검토”
고용시장이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유례없는 반도체 수출 호황이라는 훈풍 뒤에 숨어있던 ‘중동전쟁 장기화’와 ‘공급망 마비’라는 악재가 실물 고용지표를 타격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했다. 월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내란사태로 내수심리가 얼어붙었던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 10만~20만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4월(7만4000명) 급격히 둔화하더니 끝내 감소하면서 고용시장의 양적축소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호황’의 착시? = 이번 고용 쇼크의 가장 뼈아픈 지점은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 일자리의 붕괴다. 5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명 급감하며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런 감소 폭은 지난 4월(-5억5000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글로벌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가 한창이던 2019년 2월(-15만1000명)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제조업 고용한파는 △중동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원자재 수급불안 △해상물류 차질이 초래한 결과다. 특히 원가 부담을 직격으로 맞은 식료품, 자동차, 고무·플라스틱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축소가 두드러졌다.
주목할 점은 대외 수출지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의 괴리다. 반도체 부문은 여전히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장치산업 특성상 전체 제조업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자본 집약적 구조여서 적어도 고용시장에선 낙수효과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빈현준 사회통계국장도 “취업자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으며, 식료품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고유가와 비료·사료 등 원자재가격 인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농림어업 취업자가 12만1000명 급감했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8만9000명 줄어들어 6개월째 하락세가 심화되는 등 고용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청년고용. 코로나 이후 최악의 암흑기 = 세대별 지표를 살펴보면 위기의 무게는 청년 세대(15~29세)에 집중됐다. 5월 청년층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000명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용시장이 완전히 마비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이에 따라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추락하며 1년 전보다 2.4%p 급락했다. 24개월 연속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2005년 9월~2009년 11월, 51개월 연속)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청년 실업률 역시 7.2%로 전년 대비 0.6%p 급증, 청년 구직난을 반영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신입공채를 줄이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래성장동력인 청년층이 일자리 진입 단계에서부터 배제되면서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40대 취업자도 4만3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1000명 늘어 노인 일자리 중심의 고용 버팀목 구조만 기형적으로 유지되는 모양새다.
◆‘쉬었음’ 인구의 경고 = 전체적인 고용의 질을 나타내는 거시 지표들도 일제히 적신호를 켰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3%로 전년 동월 대비 0.5%p 떨어졌다.
반면 실업자 수는 8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5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2.9%로 0.1%p 상승했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어떠한 가사나 학업,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무직 상태로 시간을 보낸 ‘쉬었음’ 인구는 4만7000명 늘어난 243만700명에 달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고용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하반기 중 첨단산업 청년 전문인력 1000명 양성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공급망 리스크와 반도체 중심의 양극화된 산업 구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고용 한파는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