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타고 번지는 온라인 마약시장
마약사범 10명 중 1명 가상자산 이용
자금세탁 조직 등장 … 경찰 TF 가동
올해 검거된 마약사범 10명 중 1명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과 다크웹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가상자산이 마약 거래의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통로로까지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가상자산 이용 사범 비율은 9.2%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비율(8.4%)보다 높아진 수치다.
전체 마약사범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마약사범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다. 온라인 마약류 사범은 2021년 2545명(24.0%)에서 2025년 5341명(40.0%)으로 증가했고, 올해 1~4월에는 1708명으로 전체의 42.0%를 차지했다. 텔레그램과 다크웹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면서 현금 대신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가상자산 이용 범죄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비트코인 중심이던 거래는 최근 모네로(Monero) 등 이른바 ‘다크코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비트코인은 거래 기록 추적이 가능하지만 일부 다크코인은 거래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가상자산은 마약 거래 과정에서 결제 수단을 넘어 자금세탁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부산경찰청은 마약 구매자로부터 현금을 받은 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판매자에게 전달한 거래대행업체 운영자들을 적발했다. 구매자가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입금하면 업체가 10~14%의 수수료를 뗀 뒤 가상자산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마약 운반책과 구매·투약자 등 30여명을 함께 적발했다.
대구에서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신종 마약 유통 사례도 적발됐다. 대구경찰청은 텔레그램 판매 채널을 통해 합성대마를 유통하고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해 대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판매 조직 6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하고 구매자 1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최근에는 합성대마 원액을 전자담배 액상과 혼합해 흡입하는 방식의 신종 마약도 확산하고 있다. 일반 전자담배와 외형상 구별이 쉽지 않고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 수사기관도 유통 경로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텔레그램과 가상자산, 비대면 거래가 결합한 범죄 구조가 확산하면서 경찰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가상자산이 단순 결제수단을 넘어 마약 유통과 범죄수익 세탁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경남경찰청에는 가상자산 전담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제·사이버·마약 수사 부서가 참여하는 자금세탁 범죄 근절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됐다.
실제로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검거한 자금세탁 조직은 범죄수익금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로 환전한 뒤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앞으로 마약·도박·사기 등 원범죄 수사와 별도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특정금융정보법을 적극 적용해 자금세탁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마약왕’ 박왕열 사건에서 가상자산 거래내역 1000여건을 분석해 범죄수익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152개, 약 140억원 상당을 추적·확인한 바 있다. 범죄수익 환수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해외 거래소로 이전될 경우 추적과 환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가 마약뿐 아니라 사기·도박·투자사기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