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구서 2조4000억…국비확보전 돌입

2026-07-29 13:00:1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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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확대 기대에 예산 요구 봇물

AI부터 철도·공항·복지까지 망라

전국 16개 시·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추가로 반영해 달라며 내민 청구서는 최소 2조3922억1000만원으로 2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미래산업부터 철도·공항, 복지사업까지 지역 현안을 망라한 사업을 모두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22일과 24일 진행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시·도지사 1대 1 간담회 사진. 간담회 직후 기획예산처와 시·도는 보도자료와 SNS 등을 통해 간담회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추경호 대구시장, 박찬대 인천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김상욱 울산시장, 조상호 세종시장, 추미애 경기지사, 우상호 강원지사, 신용한 충북지사. 박수현 충남지사, 이원택 전북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위성곤 제주지사. 이철우 경북지사는 개인 일정으로 간담회를 진행하지 못했다. 사진 15개 시·도

이 같은 지역의 요구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의 면담에서 표출됐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과 24일 15개 시·도지사와 차례로 1대 1 면담을 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철우 경북지사를 제외한 단체장들은 세종과 서울에서 박 장관을 만나 지역 현안을 설명했다. 경북은 황명석 행정부지사가 예산처 차관을 통해 요구서를 전달했다.

지방정부의 기대가 커진 배경에는 세수 증가 전망이 있다.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이 종전 전망치 412조원을 훌쩍 넘어 ‘500조원+α’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총지출도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원+α’ 규모로 편성할 방침이다.

◆지역산업마다 인공지능 결합 = 29일 기획예산처와 각 시·도가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인공지능(AI)이다. 전남광주·부산·대구·울산·강원·충북·전북·경북·경남·제주 등 10개 시·도가 인공지능 또는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을 제시했다.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을 중점 투자 대상으로 제시하자 지역 주력산업과 연결한 사업을 일제히 내놓은 것이다.

부산·울산·경남은 조선·해양·항만산업에 인공지능을 접목했다. 대구는 미래 이동수단과 로봇, 충북은 바이오와 이차전지, 강원은 의료기기를 선택했다. 전북은 군산조선소와 피지컬 인공지능, 제주는 분산에너지와 관광산업을 앞세웠다. 전남광주는 인공지능 전환 실증밸리와 국가 인공지능 집적단지 등에 1477억7000만원을 요청했다.

미래산업을 내세웠지만 요구액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철도·공항과 복지사업에 있다. 대구시는 전체 4026억원 중 3404억원을 신공항 건설과 금융비용에 배정했다. 경남도는 3169억원 가운데 3000억원이 남부내륙철도 건설비다. 서울시는 전체 5528억원 중 아동수당 국고보조율 상향 요구액이 4035억원이다.

◆수도권은 부담완화·비수도권은 성장기반 =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요구 성격도 달랐다. 서울시는 아동수당과 국가 위임사무 인건비, 노후 기반시설 지원을 요청했다. 경기도는 교통·환경·체육 사업비와 함께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재정구조 개선을 건의했다. 인천시는 지역화폐 지원율 상향과 행정체제 개편 비용을 요구했다. 늘어난 행정·복지 수요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중앙정부가 나눠 달라는 것이다.

비수도권은 산업기반과 교통망 확충에 집중했다. 대구·경남·강원·충북은 공항·철도·고속도로를, 부산·울산·전남광주·전북·제주는 지역 주력산업을 국가 성장전략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액의 조사·설계비를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세종시는 예비문화유산센터와 중부권 생물자원관 건립에 각각 3억원, 전북도는 새만금 국가정원에 10억원을 요청했다. 첫해 예산은 적지만 정부 사업으로 편입되면 수백억~수천억원이 투입될 수 있는 이른바 ‘입구 예산’이다.

국비사업 확대가 지방재정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국고보조사업이 늘면 지방정부가 함께 부담해야 할 지방비도 증가한다. 중앙정부가 사업과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요구 과정에서도 중앙 의존 구조가 드러났다. 단체장들은 기획예산처가 정한 날짜에 정부청사를 찾은 뒤 ‘국비 확보 총력’을 내건 보도자료와 사진을 일제히 공개했다. 반면 28일 예정됐던 민선 9기 첫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는 과반인 9명의 참석자를 확보하지 못해 연기됐다. 개별 국비 확보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국세·지방세 구조와 국고보조사업 부담을 논의할 공동의 자리에는 모이지 못한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국비를 더 받아내는 경쟁을 넘어 지방정부가 스스로 결정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리는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전국종합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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