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램 가격 세배↑…물가 자극
램값 6개월새 237% 뛰어
“물가 0.4%p 압박” 추정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메모리칩 가격을 밀어 올리며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I가 미국 경제 성장과 증시 랠리의 동력으로 꼽히는 동시에, 반도체와 전력, 노동시장 비용을 자극하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중소기업 대상 정보기술 지원업체 치퍼댄어긱을 운영하는 크리스 바버는 6개월 전 100달러였던 램(RAM) 칩이 최근 300달러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 가격이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며 “내가 본 가격 상승 중 최악”이라고 했다. 램 가격이 6개월 만에 세배로 뛰면서 차라리 새 컴퓨터를 사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급등의 배경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메모리칩을 필요로 하고, 이 수요가 램을 직접 사들이는 업계 사업자들의 구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메모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등 소비재 전반에 들어가 파급 효과가 크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달 4.2%(전년동월대비)로 2023년 봄 이후 처음으로 4%를 다시 넘어섰다. 주된 원인은 미국의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지만, AI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발전으로 통상 가격이 내려가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부속품 가격은 5월 전년동월대비 14.5%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 단계의 전자부품 가격은 27% 급등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메모리 공급 압박이 완화되기 전까지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을 0.4%p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수천 개 메모리 키트를 분석한 결과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3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영향은 내년 2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과 노동시장도 압박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며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커졌고, 건설 현장에서는 전기기사와 냉난방공조 기술자 수요가 증가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맥엘로이 매뉴팩처링은 AI 인프라 투자 덕분에 성장의 절반가량이 발생했고 직원 수가 600명을 넘어섰지만, 용접공과 기계공, 조립 기술자 등 최대 60명을 더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맥엘로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 시장은 분명히 호황"이라며 "초임도 1년 전보다 확실히 올랐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로스 울프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붐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자극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을 통한 물가 둔화 효과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초기 AI 붐은 분명히 물가 상승 요인”이라며 반도체, 에너지, 노동 비용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