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 집계 착오 ‘점입가경’
인쇄비율 하한선 유명무실 … “송파구 분배 실패”
경기·전북교육감 오류 뒤늦게 확인, 대국민 사과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계기로 드러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다른 역대 선거 때도 인쇄 비율 하한선 기준을 엄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기·전북 교육감 선거에서는 득표입력 오류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대선·총선 때도 기준 안 맞춰 = 11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1대 대선 당시 전체 투표소 1만4295곳 중 투표용지 인쇄기준 하한선(전체 선거인 수의 70%)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64.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2401곳(16.7%) △서울 2063곳(14.4%) △경남 578곳(4.0%) △부산 482곳(3.3%) 등 순이었다.
앞서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전체 투표소 1만4260곳 중 70% 가량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때도 △경기 2620곳(18.3%) △서울 2157곳(15.1%) △경남 650곳(4.5%) △경북 649곳(4.5%) 순이었다.
서울 송파의 경우 이들 선거 당시 전체 투표소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이 기준 미만이었다. 강서·강남·노원·양천구 등 서울 내 다른 지역에서도 상당수가 하한선 미달이었다.
선관위측은 선거인수 1000명 이상인 경우 100매 이하는 원칙대로 절사(버림)했다는 입장이지만 거꾸로 절상(올림)이 이뤄진 투표소도 상당수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서울 8개구 선관위의 투표용지 하향 결재문서’에 따르면 송파구선관위는 이번 지선을 앞두고 예상 선거인수 56만4438명에 대해 일련번호 투표용지 28만800장과 무번호 투표용지 2000장 등 총 28만2800장을 구비했다. 이는 전체 선거인 수의 약 50%에 불과한 규모다.
특히 송파구선관위는 최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율이 81.6%에 달했음에도 이례적으로 낮았던 2022년 지선 투표율 55% 등을 근거로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투표용지 축소 인쇄 결정은 정식 위원회 회의가 아닌 서면의결 방식으로 날치기하듯 처리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송파구 투표지 부족사태와 관련,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송파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4만2000여매 남았다”며 “송파구 내 146개 투표소별 투표용지 분배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50%로 결정한 배경에 “지난 선거 후 잔여 투표용지가 증가하여 수백만 장의 투표용지에 대한 검수 및 보관상의 어려움, 분실 및 탈취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특히 과도한 양의 투표용지 인쇄 시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시달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관위는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의 최하한을 50%로 하향하여 조정하되, 지역 사정과 특성을 고려해 각 구·시·군선관위의 결정으로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결정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후보 득표, 투표소 뒤바꿔 입력 = 같은 날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에 ‘개표 결과 착오 입력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고 득표수 입력 오류 사실을 공개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득표수 입력 오류가 발생한 곳은 성남시 중원구 금광2동 제3투표소와 광주시 초월읍 제2투표소 등 2곳이다.
금광2동 제3투표소에서는 안민석-임태희 후보의 득표수를 뒤바꿔 입력했다. 안 후보가 368표, 임 후보가 337표를 득표했다고 공표했는데 정확한 개표 결과는 반대였다는 것.
경기선관위측은 “교육감선거의 경우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기호가 없어 추첨을 통해 투표용지 게재순위를 결정하고 투표용지는 A형(임태희-안민석), B형(안민석-임태희)으로 달라지는데 B형 투표용지를 사용한 이 투표소는 개표보고시스템의 기본순위인 임태희-안민석 순으로 착오 입력했다”고 해명했다.
초월읍 제2투표소의 경우 제9투표소의 개표 결과(안 후보 582표, 임 후보 668표)가 중복 입력돼 이후 안 후보 798표, 임 후보 869표로 수정됐다. 다만 교육감 선거의 당락을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경기선관위측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인 결정에 명백한 착오가 있는 것을 발견한 때에는 선거일 후 10일 이내에 당선인의 결정을 시정해야 해서 이 규정을 근거로 개표 결과를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남 사례는 6월 10일, 광주 사례는 6월 9일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김상곤 전북도선관위원장도 “오늘 회의를 통해 선거록(최종 기록지)에 착오 기재된 개표 결과를 수정했다”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종 업무 편람이나 절차 개선을 중앙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사과했다.
이 지역 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1동 제3투표소의 투표록이 제1투표소로 잘못 기재되면서, 제1투표소 유권자 1104명의 개표 결과가 누락되는 오류가 났다.
◆“민주주의 꽃은 매진” 풍자도 = 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씨는 11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풍자하는 기습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선관위의 대표 캐치프레이즈인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를 비틀어 ‘민주주의 꽃은 매진입니다’라는 현수막을 중앙선관위 앞에 내걸었다.
또 ‘당신의 소중한 0표’라고 적힌 투표함에 손을 뻗는 포스터도 펼쳐들었다. 투표용지를 쥐고 있어야 할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즉각 퍼포먼스를 제지하고 현수막을 뗐다.
이씨는 포스터를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고, 실제 출력물은 중앙선관위에 우편으로 별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년 광고인을 대상으로 이번 사태를 풍자하는 ‘선관위 홍보 포스터 공모전’을 열어 최우수작을 선관위에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