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행정통합 논의 새 국면…속도조절 불가피
단체장 임기 문제 걸림돌
지방정부간 의견조율 변수
6.3 지방선거 이후 권역별 행정통합 논의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대전·충남 등에서 통합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 통합 지방정부 출범까지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 선출된 단체장과 교육감 임기 문제가 현실적 제약으로 떠오른 데다 통합 대상 지방정부 사이의 입장 차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에 성공해 7월 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앞으로 4년간 통합의 효능감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대구·경북은 추진 의지가 가장 강한 곳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방선거 직후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을 만나 행정통합과 신공항 사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도 경북과 공동 대응하고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지역은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함께 선출하는 방안을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속도 조절 기류가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미 선출된 시장·도지사 임기를 중도에 끊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추가 행정통합은 다음 지방선거 전까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사실상 행정통합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반발했고 추 당선인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특별법 처리와 임기 조정, 주민 동의 절차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는 만큼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부산·울산·경남은 방향 전환 가능성이 크다. 선거 전에는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행정통합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선거 결과 부산은 전재수, 울산은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경남만 박완수 국민의힘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부산·울산 당선인들은 행정통합보다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과 초광역 협력을 강조해왔다. 정치지형이 갈린 만큼 단일 행정통합보다 철도·공항·산업·관광 등 분야별 특별연합 논의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전·충남은 같은 당 소속 당선인이 나오면서 대화 여건은 나아졌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과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과 2028년 통합단체장 선거 구상을 언급했다. 다만 선거 뒤 곧바로 통합 절차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주민투표, 특별법, 교육감 임기 조정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공동 추진기구 구성과 주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충북·세종까지 포함한 충청권 전체 논의도 행정통합보다 광역연합 중심의 공동 현안 대응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행정수도 완성, 광역교통, 공공기관 이전, 산업벨트 조성 등 공동 의제를 추진할 여건은 좋아졌다.
하지만 충북·세종까지 행정통합 대상으로 묶는 단계까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반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미 통합 인센티브를 확보했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국가 재정 지원, 교육자치 등 특례를 확보했고 4년간 최대 20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화합물 반도체 연구개발(R&D) 팹과 RE100 산업단지 등 산업 프로젝트도 가시화되고 있다. 다른 권역의 통합 논의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전남광주가 앞으로 4년간 일자리와 소득, 생활권 개선으로 통합의 효능감을 보여주느냐가 다음 지방선거 때 다른 권역 통합 논의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도 통합특별시의 성패를 성장과 연결하고 있다. 민 당선인은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업무공유회에서 통합특별시 출범에 대해 “해방 이후 80년 동안의 차별과 소외를 넘어 광주와 전남이 성장의 주체로 서는 일”이라고 밝혔다. 통합특별시가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지역주도 성장의 첫 모델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