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문어 캔 생산·섬 영화제 개최…섬 경제 틀이 바뀐다

2026-06-17 13:00:11 게재

주민조직이 소득사업 주체로

사회연대경제 현장모델 주목

전남 여수 화태도에서는 돌문어가 캔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주민들이 만든 영어조합이 원물 판매에 머물던 어업을 가공·유통 사업으로 넓히고 수익을 마을에 돌리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경남 통영 추도에서는 주민 협동조합이 섬 영화제를 열어 관광객 소비를 숙박·식사·특산물 판매로 연결했다. 섬의 자원을 주민 공동소득으로 바꾸는 이 같은 방식이 사회연대경제의 현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가치를 함께 만드는 방식이다. 섬 지역에서는 이 개념이 더 절실하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산업기반 약화가 겹친 섬은 기반시설 확충만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주민이 직접 조직을 만들고, 지역 자원을 공동소득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섬진흥원이 추진하는 섬 지역 특성화사업도 같은 흐름에 있다. 기존 섬 정책이 어항·도로·항만 등 기반시설 중심이었다면 특성화사업은 주민조직화와 마을계획 수립, 핵심사업 발굴과 사업화를 결합한다. 2026년 기준 44개 섬마을이 대상이고, 이 가운데 38곳은 한국섬진흥원이 수탁 운영한다. 22개 마을은 법인을 설립했고 22개 마을은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남 여수 화태도 주민들이 개발한 자숙문애 캔 상품. 사진 한국섬진흥원 제공
전남 여수 화태도는 사업 진전이 눈에 띄는 곳이다. 화태도는 2년 전 주민들이 가두리양식과 돌문어를 활용한 소득사업을 구상하던 섬이다. 당시 주민들은 수십억원 규모의 기반시설 사업보다 주민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찾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후 특성화사업을 통해 원물 판매 중심 어업을 가공·유통 모델로 바꾸는 작업이 구체화됐다.

화태도는 적조와 저수온 피해, 생산량 감소로 어업 기반이 흔들린 곳이다. 주민과 어촌계는 화태도바다야수산영어조합을 만들고 기존 공동작업장을 활용해 자숙문어 캔과 구이용 생선 필렛 등 가공상품 개발에 나섰다. 기존 진공포장 방식의 불편함을 줄이고 캔 형태로 바꾸는 등 상품성도 높였다. 판매 수익은 마을 영어조합에 환원해 공동체 수익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경남 통영시 추도 주민들은 지난 2024년부터 해마다 섬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6~29일 열린 영화제 모습. 사진 한국섬진흥원 제공
경남 통영 추도는 문화관광 모델이다. 물메기 어획량 감소와 고령화로 소득 기반이 약해지자 주민들은 추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섬 영화제를 기획했다. 지난해 열린 제2회 추도 섬 영화제에는 유료 관람객 약 100명을 포함해 모두 424명이 방문했다. 주민들은 식사 제공, 트레킹 해설, 풍물놀이, 시 낭송 등에 직접 참여했다. 숙박과 식사, 특산물 판매 등을 통해 약 1690만원의 매출도 올렸다. 관광객 소비가 섬 안에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섬의 지역 자원을 주민소득으로 연결한 선행 모델은 전남 신안 안좌도의 햇빛연금이다. 신안군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외부 기업이 지역 자원을 개발하고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2021년 안좌도와 자라도에서 배당금 지급을 시작한 뒤 대상 지역도 넓어졌다. 한국섬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신안지역 누적 수익금 247억원 가운데 223억원이 햇빛연금으로 지급됐다. 안좌도의 경우 주민 3092명 가운데 2664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참여율이 86%에 달했다. 누적 수익금 98억9000만원 중 82억4000만원이 햇빛연금으로, 16억5000만원이 햇빛아동수당으로 각각 지급됐다. 조합원 1인당 지급액은 누적 309만원, 월평균 26만원 수준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을 활용해 배당금이 지역 안에서 소비되도록 유도한 점도 특징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주민이 수혜자가 아니라 사업 주체라는 점이다. 섬 특성화사업은 주민조직화, 역량강화, 핵심사업 발굴, 시범사업 운영, 마을발전계획 수립 순서로 진행된다. 섬진흥원은 주민을 대신해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주민조직과 지방정부, 전문가, 판로를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맡는다.

과제도 적지 않다. 주민 법인이나 협동조합이 만들어져도 회계·마케팅·판로개척 역량이 부족하면 사업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 섬 특성상 물류비 부담도 크다. 상품 개발 이후 공공구매, 온라인 유통, 관광 플랫폼, 고향사랑기부제 등과 연결하는 후속 지원도 필요하다. 아직 자립 모델로 검증됐다고 보기에는 이른 만큼 초기 성과를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로 바꾸는 일이 관건이다.

조성환 한국섬진흥원장은 “섬마다 자원과 문제, 주민 역량이 모두 다른 만큼 획일적인 사업보다 맞춤형 지원이 중요하다”며 “사회연대경제가 섬에서 지속되려면 주민조직의 자립성과 수익 배분의 투명성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