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안보 불안에 ‘핵무기 빗장’ 풀었다
46년된 금지 규정 폐기
핀란드가 1980년부터 유지해 온 핵무기 금지 규정을 폐기하며 안보 정책의 대대적인 전환에 나섰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억지 체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는 17일(현지시간) 국가 방위를 위해 필요할 경우 핵무기의 수입과 운용, 공급,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125표, 반대 61표로 가결했다.
이번 조치로 핀란드는 1980년부터 유지해 온 핵무기 금지 원칙에서 벗어나게 됐다. 다만 정부는 자국 영토 내 핵무기의 영구 배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티 하카넨 국방장관은 “이번 법 개정이 핀란드 안보에 필수적인 조치”라며 “국방력을 강화하고 나토의 핵억지력을 핀란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입법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재편된 유럽 안보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와 1300㎞가 넘는 국경을 접한 핀란드는 오랜 중립 노선을 접고 2023년 나토에 가입했다.
핀란드 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독자적인 방위 역량 강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의 유럽 방위 의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핵억지 정책 재검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핀란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 중인 유럽 차원의 핵우산 확대 구상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 내부의 안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 헬싱키 인근 영공에서 미확인 드론이 포착되면서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하는 일이 발생해 시민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