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헌재 재판지연, 기본권 침해 심사”

2026-06-18 13:00:17 게재

남북교류협력법 위헌 심판 4년째 계류

“헌재도 헌법에 구속” … 의견제출 요청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심리를 늦춰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를 법원이 심사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50부(전보성 형사수석부장판사)는 17일 언론공지를 통해 “헌재의 부작위 처분(재판지연)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의 심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헌재의 재판지연을 심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형사합의50부는 자신들이 심리 중인 사건의 피고인 A씨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을 헌재에 제기했는데 헌재가 약 4년간 심리를 진행하지 않아 A씨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0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2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1심에서 해당 법률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결정을 받았다.

A씨는 결국 2022년 헌재에 헌법소원을 접수했고 헌재에서 해당 법률이 위헌인지 심리 중인 상태다. 이에 따라 A씨의 2심을 맡은 형사합의50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대해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가 재판결과를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합의50부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법원이 심사개시의 근거로 삼은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전제되는 경우에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돼 있다. 법원은 헌재의 재판지연이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헌법·법률에 위반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사합의50부는 언론공지에서 “법원과 피고인(A씨)은 해당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되는 헌법소원 결과를 보기 위해 약 4년간 대기하고 있고 A씨가 기소된 지는 6년 가까이 지났다.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이 약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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