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안정 위해 통화긴축 상당기간 이어갈 듯
소비자물가 공급·수요 양측면 상방 요인
“전쟁이후 임금·성과급 물가상승 압박”
한국은행이 향후 물가상승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긴축적 통화정책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동전쟁이 종료돼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으로 임금과 성과급 등이 인상되면서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은은 17일 오후 신현송 총재가 직접 최근 물가동향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인식을 밝혔다. 신 총재는 이날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또 “단기적으로는 원유 공급이 활발해질 수 있지만 원유 생산이 전쟁 전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는 전문가들이 다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급 자체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3.1%) 수준에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내년(2.3%)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여전히 정부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처럼 상당기간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는 데는 수요측 요인도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신 총재는 “임금 상승도 비용과 수요 양측면에서 물가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면서 “앞으로 임금협상 등이 이어지면서 수요쪽에서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안정에 두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은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신 총재는 다만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기준금리 0.50%p 인상이라는 이른바 ‘빅스텝’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빅스텝 얘기가 나올 때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통화정책을 펼 때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밑에 깔린 중요한 흐름을 본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18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날 새벽 미국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결과 등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대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계속 유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