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금 수익, 소진 4년 연장시켜

2026-06-19 13:00:02 게재

장기 평균 운용수익률 기준선보다 1%p 높이면, 소진 2082년으로 12년 추가 연장

지난해부터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가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어 재정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에서 2025년 국민연금기금의 우수한 운용 성과를 반영한 결과, 기금 소진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4년 늦춰진 2069년으로 연장됐다고 밝혔다. 만약 장기 평균 기금운용수익률 기준선보다 1%p 높게 수익을 만들면 연금 소진 시점이 2082년으로 12년 추가 연장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19일 김우림 국회예산정책처 사회비용추계과 분석관에 따르면 2025년 말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평가액 기준 1458조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948조7000억원 수준이던 적립금은 4년 만에 5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1.3%에 이른다. 2026년 3월 기준 적립금 규모는 이미 1526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적립금 증가의 가장 큰 배경은 최근 3년간의 높은 투자수익률이다. 국민연금기금 전체 수익률은 2023년 13.59%, 2024년 15.00%, 2025년 18.82%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국내 주식 수익률은 무려 82.44%에 달해 전체 운용성과를 끌어올렸다. 해외 주식 수익률도 19.74%를 기록하는 등 주식 자산이 기금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구조적 재정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2021~2025년 동안 국민연금 수입은 연평균 3.2% 증가한 데 그쳤지만 지출은 연평균 1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료 수입은 53조5000억원에서 63조900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급여 지출은 29조1000억원에서 49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수급자 수가 586만명에서 768만명으로 연평균 7.0% 증가한 반면 가입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 연금개혁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출산·군복무 크레딧 확대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도 포함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수정 전망에서 연금개혁 효과와 함께 2025년까지의 실제 기금운용 성과를 반영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의 높은 수익률 자체가 미래 수익률 전망을 높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2026~2120년 기간 평균 기금운용수익률을 4.6%로 가정했다. 다만 최근 수익률 개선으로 적립금 규모 자체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재정 전망의 출발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은 기존 2048년에서 2050년으로 2년 늦춰졌고, 기금 소진 시점은 2065년에서 2069년으로 4년 연장됐다.

주목할 부분은 수익률 변화의 파급력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장기 평균 기금운용수익률이 기준선보다 1%p 높아질 경우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은 2060년으로 10년 더 늦춰지고 기금 소진 시점은 2082년으로 12년 추가 연장된다. 수익률이 2%p 높아질 경우에는 전망기간인 2120년까지 재정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기금도 소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 확보에서 기금운용 능력이 보험료율 조정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한다. 실제 예산정책처는 “기금운용 성과 제고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평가했다. 현재와 같은 재정흑자 시기에 높은 수익률을 통해 자산을 추가로 축적하면 복리효과가 작동해 장기 재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운용성과 개선은 국민연금 지급여력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향후 보장성 강화나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선택의 폭도 넓혀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금운용 성과만으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기준선 전망에서도 기금 규모는 2049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규모 자산 매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점진적인 리밸런싱과 출구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 재정전망은 평균 수익률을 전제로 한 분석인 만큼 실제 시장 상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2008년 -0.18%, 2018년 -0.92%, 2022년 -8.22% 등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동일한 평균 수익률이라도 손실이 발생하는 시기의 차이에 따라 누적 적립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위험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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