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 ‘한눈에 해지’…‘반값 전기차’ 렌탈 시대 열린다
구독·여가·문화 서비스 중심 생활 밀착 서비스 개선방안
비상경제본부회의 … 구윤철 “서비스산업 발전기반 마련”
정부가 구독 경제 활성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 여가·문화 인프라 고도화를 골자로 한 ‘생활 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가전제품 구독형 서비스(렌탈) 이용 총액이나 콘서트 관람권의 시야 제한석에 관한 표시 의무를 강화하고 일방적으로 항공권을 취소한 항공사에는 환불 의무에 페널티도 부과한다.
정부는 1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구독 및 여가·문화 서비스 중심 생활 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이번 대책은 일상생활에서 국민이 겪는 크고 작은 불편을 해소하고, 신산업 규제혁신을 통해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흩어진 구독 서비스, ‘한눈에 일괄 조회’ = 특히 급성장한 구독 서비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문화·여가 현장의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는 한편,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 모델을 제도화하는 등 다각적인 변화가 예고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소비자가 이용 중인 다양한 정기 구독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정부는 금융보안원의 안심제공시스템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여러 앱에 분산된 구독내역을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핀테크 스타트업 ‘왓섭’이 금융정보를 통합·연계한 정기구독 관리 서비스를 오는 9월쯤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가입은 쉽고 해지는 어렵게 설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른바 ‘다크패턴(교묘한 설계)’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부처가 전방위 압박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을 엄중히 집행하고,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며 시정명령을 부과할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전기통신사업법에 다크패턴 금지 규정을 연말까지 신설하기로 했다.
◆가전렌탈 ‘총비용 표시’ 확대 = 소비자 분쟁이 잦았던 가전제품 구독(렌탈) 서비스와 여가상품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도 강화된다.
현재 정수기, 비데 등 7개 품목에만 적용되던 ‘이용기간 총비용 표시의무’가 연말까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전반으로 확대된다. 소비자가 매달 내는 렌탈료에 가려진 총지출 비용을 직관적으로 비교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부품단종 등 사업자 귀책사유로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울 경우, 잔여기간 환불조치 외에 동일제품 교환 등 실효성 있는 배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한다.
대중음악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예매시 큰 불만이 많았던 ‘시야제한석’ 관행도 개선된다.
무대 구조물이나 장비 탓에 시야가 가려지는 좌석을 판매할 때, 티켓 예매단계에서 반드시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고시 개정이 내년 1분기 내에 추진된다.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어 투수·타자나 가수가 보이지 않는 자리를 정가에 샀던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차도 배터리만 구독 = 미래 모빌리티 확산을 촉진하고 농어촌 지역의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혁신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소비자가 전기차 차체만 구매하고,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매달 사용료를 내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활성화한다. 정부는 실증사업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배터리 리스 모델 약 2000대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져 친환경차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과 벽지 지역, 이동수요가 적은 심야·새벽 시간대에는 가변적으로 노선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수요응답형(DRT) 버스’도 도입된다. 정부는 관련 인프라와 안전기준을 정비해 내년 2분기 중 본격적인 운행을 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유가 등을 핑계로 예고 없이 운항을 취소해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항공사에 대해서는 운항 취소율을 평가해 내년부터 운수권 배분 등에서 강력한 불이익(페널티)을 부과하기로 했다.
◆반려동물 찾아가는 장례 제도화 = 1500만 반려인 시대를 맞아 장례 서비스 패러다임도 바뀐다. 장례 차량이 가정을 방문해 사체수습과 화장을 진행하고 유골함을 전달하는 ‘찾아가는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가 연말쯤 공식 도입된다. 그동안 까다로운 환경규제와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침체해 있던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과 환경 분야의 생활밀착형 개선도 이뤄진다. 청년층과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 시 공동 관리비의 산정 기준과 내역을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제도가 신설된다.
소매점의 공병 수거를 활성화하기 위해 빈 용기 반환 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고, 소매점이 부담하는 보관·수거 비용을 감안해 취급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활용해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이동형 VR 테마파크 시설에 대한 검사 절차를 간소화해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돕는다.
이번 대책은 거창한 거시경제 지표 대신 국민이 일상 속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작지만 큰 불편’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주환욱 재경부 정책조정관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과제를 지속 발굴해 신속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서비스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입법부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