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사회주의 유지한 채 시장경제로 선회

2026-06-19 13:00:03 게재

국영기업 개혁·민간개방 추진

중국·베트남식 모델 채택

쿠바 정부가 국영기업 개혁과 민간경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규모 경제개혁안을 발표하며 사실상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유지하되 경제 운영 방식은 중국·베트남식 개방 모델을 적극 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총 176개 항목의 경제 개혁·개방 대책을 공개하고 법제화 절차에 착수했다.

일당 체제를 유지하는 쿠바의 정치 구조상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대부분 통과되는 만큼, 이번 개혁안 역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국영 중심의 계획경제 체제를 대폭 완화하고 시장 기능을 확대하는 데 있다.우선 정부는 기존 27개 부처를 21개로 통폐합하는 대대적인 행정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동시에 전국 168개 지방자치단체에 기업 승인 권한과 수출입·외화 관리 권한을 부여해, 중앙정부에 집중됐던 경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기로 했다. 쿠바 혁명 이후 60여 년간 유지돼 온 배급제 역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정부는 생필품 배급 보조금을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시장가격제를 도입해, 가격 결정 기능을 시장에 맡길 계획이다. 약 2000개에 달하는 국영기업의 운영 방식도 크게 바뀐다. 국영기업들은 독자적인 임금 체계를 설계하고 이윤 배분 자율권을 갖게 되며, 주식 및 지분 거래도 가능해진다. 민간 부문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직원 100인 이상의 대규모 사기업 설립이 허용되며, 개인이 여러 개의 기업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그동안 국가가 독점해 온 금융과 부동산 개발 분야도 민간 자본에 개방한다.

마레로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도구”라고 규정했다. 사회주의 국가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시장 기능의 효율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전날 공산당 임시 전원회의에서 경제난의 원인을 대외 요인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시급하고 필수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 삶이 이토록 어려워졌을 때 정부와 공산당의 책임은 위기를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바꿔야 할 것을 바꾸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물은 외부의 경제 봉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산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을 가로막는 관료주의와 각종 규제, 미뤄왔던 결정들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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