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홈플러스를 살릴 것인가

회생자금 놓고 MBK·메리츠 평행선

2026-06-19 13:00:02 게재

7월 3일 회생안 가결 앞두고 자금조달 난항 … 노동자 등에 구조조정 부담 전가

홈플러스 회생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회생 유지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 간 책임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회생의 열쇠가 될 자금 지원을 두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구조조정과 임금 체불, 고용 불안의 부담은 노동자와 협력업체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의결했다. 다만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과 김병주 회장의 개인보증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부족한 1000억원은 MBK 스스로 추가 조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K는 투자금 전액 손실에 이어 추가 자금 지원과 보증 제공까지 해왔다며 더 이상의 부담 요구는 회생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미 투자금 2조5000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한 데다 회생절차 이후에도 4000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 MBK의 주장이다.

반면 메리츠는 최대주주이자 경영권 보유자인 MBK가 먼저 책임 있는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2000억원이 필요한가 = 이번 공방의 출발점은 홈플러스가 요청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이다.

홈플러스는 상품 공급 차질과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정상 영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측은 상품 매입과 협력업체 대금 지급, 인수합병 추진 등을 위해 최소 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28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5464억원, 당기순손실 1조10억원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유동자산은 4082억원에 그친 반면 유동부채는 4조2897억원에 달해 유동성 압박도 커지고 있다.

양측 공방의 이면에는 회생과 청산, 그리고 손실 부담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MBK는 메리츠가 홈플러스 부동산에 대한 1순위 신탁담보권자로서 청산 시에도 충분한 채권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MBK측은 메리츠가 이미 회수한 원리금 2561억원에 더해 약 1조5600억원의 담보가치를 확보할 수 있어 총 회수금액이 1조816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회생보다 담보권 행사에 유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반면 메리츠는 홈플러스 파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손실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금융권에서는 양측 모두 회생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가 손실 부담을 상대방에게 넘기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생의 대가 치르는 노동자들 = 문제는 회생 협상이 길어질수록 그 비용이 현장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생 여부가 불투명해질수록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쪽은 노동자와 협력업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최근 영업 중단 상태였던 37개 점포의 폐점을 결정했다. 해당 점포 종사자 약 3500명은 고용 불안에 놓인 상태다. 올해 1~4월 퇴직자 2588명을 합치면 약 6000명이 일터를 떠났거나 고용 불안에 놓인 셈이다.

희망퇴직도 진행 중이지만 위로금 지급 재원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임금 체불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회생 비용이 사실상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며 정부와 국회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들은 생존권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 정작 대주주와 채권자는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회생 불확실성은 전단채(ABSTB)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회생 신청 직전까지 유동화증권 발행이 이어졌다며 책임 있는 손실 분담과 피해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 휴업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정치권도 중재 나섰지만 = 정치권도 중재에 나섰다. 정치권이 직접 움직이는 배경에는 홈플러스 파산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고용 충격은 물론 협력업체와 입점업체, 투자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MBK와 메리츠 관계자들을 만나 운영자금 확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7월 3일이다. 회생안 가결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에 불과하다. 추가 운영자금 확보가 무산될 경우 회생 절차 자체가 중대한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홈플러스 회생의 성패는 추가 운영자금 확보와 대주주·채권단의 손실 분담 방안을 둘러싼 합의에 달려 있다. 회생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둘러싼 공방의 결과가 노동자와 협력업체, 투자자들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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