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이라 믿었는데”… 번호 변작 중계소 115곳 적발
경찰·KT 협력, 보이스피싱 조직 기반 흔들어
해외 전화 국내번호 둔갑 … 기기 5580대 압수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내 010 번호로 발신 번호를 조작해 피해자를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외 전화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둔갑시키는 번호 변작 통신장비 5580대를 압수하고 불법 중계소 115곳을 적발해 보이스피싱 범죄의 핵심 기반시설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18일 KT와 협업해 지난달 12일부터 보이스피싱과 구매대행(노쇼) 사기 등 신종 스캠 범죄에 사용된 010 번호 변작용 통신장비 운영 조직을 집중 단속한 결과 설치·관리책 8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5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심박스와 아이폰형 단말기 등 번호 변작용 통신장비 5580대를 압수했다. 번호 변작용 통신장비는 해외 발신 전화를 국내 010 번호로 표시하게 해 피해자들이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수사기관 연락으로 오인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이번 단속은 KT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로 피싱 범행 징후를 분석해 의심 회선을 선별하고 경찰이 이를 토대로 전국 단위 수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전국에서 불법 중계소 115곳을 적발하며 범죄조직의 주요 통신 기반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압수된 통신장비는 해외 피싱 조직이 국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조직은 해외에 있으면서도 국내 번호로 위장해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단속 이후 지난 5월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이 전월보다 19%, 구매대행(노쇼) 사기 피해는 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번호 변작 통신장비 제거에 따른 효과로 평가했다.
경찰은 올해 1월부터 KT와 함께 AI 기반 피싱 의심 번호 탐지·차단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오창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보이스피싱과 신종 스캠 범죄는 통신망을 악용하는 대표적인 조직범죄”라며 “통신사와 공조를 강화해 불법 중계소를 신속히 탐지·단속하고 국민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사설 중계소 설치·관리 업무를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