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정부 ‘무인기 소송’ 2심 8월 선고
‘2천억 지체상금’ 변론 종결 … ERP 검증 신청 기각
1심 “지연 원인은 방사청” … 대한항공 승소 유지 주목
대한항공이 사단정찰용 무인기(UAV)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두고 대한민국 정부와 벌이는 2000억원대 소송의 항소심 변론이 마무리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2-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18일 대한항공이 대한민국(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8월 20일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방사청이 신청한 대한항공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검증 필요성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방사청은 1심 과정에서 중복공정 등 확인을 위해 일일·주간 업무계획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대한항공이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인기 개발 전 과정을 관리하면서 실시 계획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대한항공 본사 ERP 시스템을 직접 확인해 중복공정 구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겠다고 검증 신청을 냈다.
반면 대한항공측은 “검증 신청이 민사소송법상 예정된 증거조사 방법인지 의문”이라며 “원고 회사 본사에 와서 ERP 시스템을 뜯어보겠다는 것은 기업 경영의 평온을 해치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증 신청에 대해 “적법한 증거 신청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어 “법률 해석 문제와 지체일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한 사실인정 문제를 중심으로 심리를 마무리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방사청은 “지체상금 면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대한항공에 있다”며 “원고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도 판단에 반영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대한항공이 2015년 방사청과 체결한 사단정찰용 UAV 초도양산사업 물품구매 계약에서 비롯됐다. 방사청은 납품 지연을 이유로 대한항공에 2131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했고, 대한항공은 방사청의 규격·형상 변경 요구 등 자사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일정이 늦어진 것이라며 2021년 4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정부도 156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맞소송(반소)을 제기하며 대립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3부는 지난해 2월 방사청의 규격 변경, 관급품·시험 검사 지연, 코로나19·기상악화 등이 사업 지연의 주된 원인이라며 대한항공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대한항공에 404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대한항공의 나머지 청구와 정부의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