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단 동원” 민주당, ‘선관위 사태’에 부실 대응 논란
야권의 특검·탄핵 요구 외면, “소극적” 비판
대통령 임명 선관위 상임위원에 책임론 쏠려
2030세대 여성도 이탈, ‘세대포위론’에 갇혀
국민 여론은 투표 관리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수세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19일 민주당 모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함께 대응 부실, 당내 분열 등”이라고 말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킨 관리 책임과 함께 이후의 대응 역시 유권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에 대해 민주당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탄핵 카드도 만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행정부와 별개의 헌법기구인 선관위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과거 특검이나 탄핵을 추진했던 속도나 강도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정조사는 선관위 사태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겨우 가동했다. 전날 국조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민주당 국조위원인 양부남 의원은 “민주당이 이 투표용지 부족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니고 민주당에서도 선관위를 이렇게 옹호하고 감쌀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절차적으로 이러한 여야가 절차를 취하다 보니까 오늘에서 (국조의) 돛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특검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다소 유보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발족한 검경 합수본의 수사와 국정조사를 보고 판단하자는 입장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이 문제에 대한 원인 진단을 근본적으로 하겠다. 그리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면서 “책임자에 대해서 강력한 문책을 하겠다. 혹은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참정권 침해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하겠다는 일관되게 말씀을 드렸고 그래서 국정조사를 제안했던 것”이라며 “특검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의원 등이 요구하는 위철환 상임위원 탄핵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이 현직 대법관으로 비상임이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선관위 지휘는 중앙선관위원인 상임위원이 맡고 있다. 모두 호선으로 뽑도록 돼 있지만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관례가 있다. 상임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위 상임위원은 지난해 이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됐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 회장 출신인 위 위원은 이 대통령과 사법시험(제28회), 사법연수원(18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위 위원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7일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서울시 선관위에게 보고받은 게 아니고, 언론보도로 알게 됐다”며 “중앙선관위원장은 그와 동시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과 사무총장 등에게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또 조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에 대해 지침 시행 전에 보고 받은 바가 없다고 회신했다”며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보고받았으며 해당 지침은 사무총장이 전결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사태가 상임위원과 상임위원에 의해 구성된 사무총장 등 실무담당자들 손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2030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올림픽공원 시위대에 뒤늦게 찾아간 것도 ‘소극적 행보’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농성하고 있는 시위대들과 활발하게 소통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 부분들은 여러 차례 검토를 했었는데 ‘오히려 그분들을 좀 자극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안 하는 게 어떨까’라고 조심스러운 의견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비해 중앙선관위의 운영 폐해와 함께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파장이 대통령에게 연결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민주당은 진상규명보다는 제도개선에 방점을 찍은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선관위 사태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2030세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까지 돌아서면서 민주당은 40대와 50대 지지층만으로 버티는 ‘세대포위론’에 스스로 갇힌 모양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19번의 여론조사 중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은 7개였다. 국민의힘은 5번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눈에 띈 것은 남녀를 구분한 연령대별 지지율을 내놓은 여론조사꽃의 자동응답방식 조사였다. 여당 지지세가 강하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45.2% 대 40.8%로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특히 2030세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비해 높았다. 20대(만 18~29세) 여성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32.3% 대 50.3%, 30대 여성은 37.2% 대 47.1%였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 전체와 60세 이상에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4050세대의 강력한 지지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당내 분란과 선관위 사태에 대한 안일한 대응으로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올라가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민주당의 청년 감수성이 떨어져 2030세대 여성들에게도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들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