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 취지 훼손 정관 변경안 가결률 90% 이상
주주제안 44% 늘었지만 가결률 11%
얼라인파트너스 “K주총 선진화 시급”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정 상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정관 변경 안건 가결률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주주제안 안건은 전년보다 44% 증가했지만 가결률은 11%에 머물렀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26년 정기주주총회 주요 시사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며, 코스피 9000 시대에 걸맞지 않은 K-주총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19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개정 상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정관 변경 안건도 다수 상정·가결됐다. 국민연금이 공개 반대한 정관 변경 3종 안건이 각각 코스피200 기업의 10% 이상에서 상정되고 92~100%의 가결률로 통과됐다.
이사 임기 유연제는 21개사에서 95%의 가결률로 통과됐다. 이는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꿔 시차임기제 도입, 주주제안 이사 임기 단축(집중투표제·3%룰 약화) 등에 오용될 수 있다.
이사 수 축소·상한 설정은 25개사에서 가결률 92%로 통과됐다. 이는 집중투표제 효과를 제한하고 이사 과반 교체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 잘못된 지배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기주식의 경영상 목적 활용은 26개사에서 100% 가결률로 통과됐다. 이러한 정관 변경은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경영상 목적’으로 보유·처분하는 것을 허용해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적 안건 3종에 대해 국민연금과 국내 의결권 자문사는 대부분 반대한 반면, 해외 의결권 자문사는 대체로 찬성했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의결권 권고 기준을 시급히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200 기업 중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상장사(93%)의 외국인 평균 지분율이 약 20%에 달하는데,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 3사(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ESG기준원)의 주주제안 안건 평균 찬성률은 약 67%, 국민연금의 평균 찬성률은 69%이다. 반면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평균 찬성률은 약 26%에 그쳤다. 그런데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문제적 정관 변경 안건 3종에 대해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 권고율(44~100%)을 보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결권 권고 기준 검토 결과, 2025년 이후 단행된 상법 개정이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고, 국내 지배구조의 특수성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의결권 권고 기준에 개정 상법과 국내 지배구조의 특수성이 더 충실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상법 개정과 신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총에서 그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정관 변경 안건들이 높은 찬성률로 대부분 가결된 점은 아쉽다”며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결권 권고 기준이 고도화되고 주총 관련 제도가 개선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거버넌스에 의미 있는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정기주주총회의 주주제안 대상 회사 및 안건 수는 각각 56개 사, 218건(분리 산정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의 39개 사, 151건보다 각각 17개 사, 67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전체 주주제안 가결률은 약 11%(23건/218건), 평균 찬성률은 23.0%에 그쳤다.
기관투자자는 총 10개 회사를 대상으로 69건의 주주제안 안건을 제출했다. 그중 14건이 가결돼 가결률 20%를 기록했다.
DB손해보험, 가비아, 고려아연, 삼영전자공업에서 주주제안 이사가 선임됐으며, 특히 가비아의 경우 보통결의만으로 주주제안 이사 2인이 선임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