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60일, 선박 탈출계획 난제

2026-06-19 13:00:07 게재

HMM “상황 불확실 … 변수 많아”

해협 통항분리대 ‘기뢰 80개’ 추정

중동으로 유조선 모여 … 운임상승

미국과 이란이 중동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은 60일간의 통항 기간을 확보했다.

중동전쟁 이후 100일 이상 해협의 서쪽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던 수 천 척 선박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HMM을 포함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는 한국선박 24척은 해협을 빠져나올 계획을 수립하는데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19일 “아직 특별한 동향이 없다”고 밝혔다. 수천척으로 추정되는 해협 안 각국 선박 대부분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 25일, 오만 무산담반도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정박 선박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 피격을 당한 나무호를 포함 4척의 선박이 해협 안에 있는 HMM은 이날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올 계획을 세우는데 너무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며 “상황을 두고보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2척의 선박이 있는 중견선사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협 안에 있는 선박들은 이번에는 해협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운항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HMM 관계자는 “중동전쟁 전에는 하루에 130척 정도가 해협을 드나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뢰도 깔려있어 앞으로 60일 동안에는 그렇게 안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는 통항 가능한 선박 수가 어느 정도 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18일(현지시간) 해협 중앙을 관통하는 통항분리수역에 80개의 기뢰가 있다고 전했다.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주간 웨비나에서 인터탱코의 해사 부문 책임자 필립 벨처는 “개방돼야 할 호르무즈 해협 중앙을 관통하는 통항분리수역은 기뢰가 있어 폐쇄돼 있다”며 “오늘 아침 우리가 확보한 최신 수치에 따르면 해협 통항분리수역 자체에만 80개의 기뢰가 있고, 이를 제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두 개의 대체 항로가 완전히 개방된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 호르무즈 항로에 비하면 수용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HMM 등 국내 선사들은 빠져나오려는 선박들과 무질서하게 몰려 나갈 수도 없다.

통항 순서를 정해야 하고, 여전히 이란과 미국에 통항 신고를 해야 한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선박들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협 양안에 있는 이란과 오만도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울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사진 연합뉴스

선주와 화주 사이에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해협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책임 분담을 얼마나 할 것인지도 민감한 문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협이 개방되고 난 후 그동안 화물운송이 지연되면서 생긴 손실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지에 대한 지루한 소송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항을 준비하면서 비용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식수와 음식 등 선용품 가격이 치솟고 선원들은 추가 수당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100일 이상 해협 안에 선박이 머물면서 선체에 붙은 따개비 등을 떼어내는 선체청소비용도 부담이다. 선박 크기에 따라 선체 청소비용은 다양하지만 국내 한 선사의 경우 전쟁 전 척당 9000~1만달러에서 지금은 4만5000달러까지 네 배 가량 상승했다고 전했다.

지캡틴에 따르면 두바이에 본사를 둔 프로미넌스 해운의 마난딥 싱 쿠크레자 선장은 “조류 점액 갑각류로 오염된 선체 청소 요청이 30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협상을 끝내고 종전에 최종 합의한 후에는 어떻게 될까. 선사들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HMM 관계자는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운항 계획을 지금 세울 수는 없다”며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는 60일 후 이란이 수수료 명목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유조선 외에 컨테이너선이나 벌커선은 어느 수준인지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통행료 수준을 알아야 그 비용을 부담하면서 해협을 통과할 지, 아니면 다른 대체 항로를 찾을 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운임은 상승하고 있다.

19일 새벽(런던현지시간 18일 오후) 마감한 발틱해운거래소의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46만1385달러로 하루 전에 비해 2.9%(1만3362달러) 올랐지만 ’서아프리카→중국‘ 운임은 16만1594달러로 14.5%, 미국 걸프에서 중국으로 가는 운임은 13만3629달러로 15.9% 올랐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은 “중동 지역에서는 다수의 화주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호르무즈 해협 상황으로 인해 선주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고, 서아프리카 미국걸프 등 대서양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화주들이 선주들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진공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밖 푸자이라 오만과 홍해의 얀부지역 운임은 폭등했고 대서양 지역도 장금상선(SINOKOR)을 비롯한 선수들이 결집해 하루사이 200만달러 이상 운임이 폭등세를 보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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