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 다음 병목은 '사람'이다

2026-06-23 13:00:02 게재

데이터센터 전기공·건설 인력 부족

빅테크 기업들, 직접 인력훈련 나서

인공지능(AI) 경쟁의 다음 병목이 반도체와 전력망을 넘어 숙련 노동자로 옮겨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하려면 칩과 전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기공, 건설 관리자, 배관·배선 기술자처럼 현장에서 설비를 만들고 유지할 인력이 필요하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빅테크가 이 인력을 빨아들이면서 다른 산업의 인력난도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루이즈 루커스 칼럼니스트는 21일(현지시간) “노동력이 다음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AI는 그동안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AI 인프라를 짓는 과정에서는 육체노동과 전문기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투자 규모는 이미 다른 산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FT에 따르면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인프라에 모두 72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스는 이달 숙련 기술자를 양성하는 ‘아메리카 워크포스 아카데미’를 출범했다. 구글도 비슷한 인력 양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칩 확보 경쟁에서 현장 인력 확보 경쟁으로 번지는 셈이다.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다. 새로 훈련받는 기술자들이 주식 보상과 복리후생을 포함해 평균 64만달러를 받는 메타 직원 수준의 보수를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기존 기술직보다 더 나은 처우를 받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미국 건설업협회(ABC)는 현재 숙련 건설 인력이 약 35만명 부족하다고 본다. 숙련공 교육·인증 기관인 전미건설교육연구센터(NCCER)는 기존 인력이 은퇴하면서 부족 규모가 2030년에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노동통계국(BLS) 전망도 비슷하다. BLS는 전기공 수요가 2034년까지 약 10% 늘어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변호사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FT가 인용한 BLS 고용 전망 그래프에 따르면 전기공과 건설 관리자는 증가율이 높은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반면 고객서비스 직원과 계산원은 줄어드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두 직업도 풍력터빈 기술자와 태양광 패널 설치 기사다. 둘 다 사무직이 아니라 현장 기술직이다.

이미 노동자들은 달라진 협상력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노조가 파업을 경고하고 나서자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도 대만 근무 직원들의 보너스를 늘리고 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붐이 기업 이익뿐 아니라 일부 현장 인력의 보상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직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인력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FT는 대학 학위의 가치가 예전보다 낮아지는 가운데, 일부 졸업생이 학위에 기술 견습 과정을 더해 현장 직무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설비 투자가 이어지는 한 전기공, 건설 노동자, 설비 유지 인력의 몸값은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

AI는 디지털 기술이지만 그 기반은 매우 물리적이다. 칩을 생산해야 하고, 전력을 끌어와야 하며, 서버가 들어갈 건물을 지어야 한다.

FT는 빅테크가 막대한 자금력과 산업적 매력을 앞세워 숙련 노동자를 끌어들이면 다른 산업은 인력 확보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병목은 이제 반도체 공장과 전력망을 넘어 공사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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