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안면인증 도입 앞두고 논란

2026-06-23 13:00:02 게재

대포폰 차단 기대 속 법적 근거 쟁점 … 외국인 사각지대에 기본권 우려도

정부가 대포폰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명의도용과 부정 개통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근거, 외국인 명의 대포폰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는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과정에서 신분증 사진과 실시간 촬영한 얼굴 영상을 비교해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안면인증 절차를 도입한다. 기기변경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포폰 범죄 증가 … 알뜰폰에 집중 = 정부가 안면인증 도입에 나선 것은 대포폰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관련 대포폰 적발 건수는 2021년 4005건에서 2025년 5457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적발된 대포폰은 25만6000대, 검거 인원은 2만5426명에 달한다.

대포폰은 보이스피싱과 불법도박, 중고거래 사기, 불법 광고 문자 등에 광범위하게 악용된다. 최근에는 재택근무나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구직자에게 유심 개통을 요구한 뒤 해당 회선을 범죄에 사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명의자는 단순 업무용 회선으로 알고 개통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

특히 대포폰 범죄는 알뜰폰 시장에 집중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적발 대포폰 가운데 알뜰폰 비중은 2022년 76.5%, 2023년 74.9%에서 2024년 92.3%까지 높아졌다. 저렴한 요금제와 비대면 개통 확대가 범죄 조직에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기존 신분증 확인만으로는 명의도용 범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위조 신분증이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범죄 조직이 실제 가입자 행세를 하는 사례가 늘면서 신분증 소지자와 개통 신청자가 동일인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가장 실효적” vs “법적 근거 미흡”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안면인증이 휴대전화 명의도용과 명의대여를 막는 가장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이통3사 대면 채널과 알뜰폰사 비대면 채널에 안면인증을 시범 도입했으며, 당초 올해 3월 전면 시행을 추진했지만 이용자 불편과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범 운영 기간을 6월 30일까지 연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시범운영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체 인증수단도 마련했다. 안면인증이 어려운 고령층과 장애인, 디지털 취약계층 등을 위해 주민등록초본 제출이나 행정안전부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한 본인확인 절차를 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적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안면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정보주체 동의나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는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안면정보를 본인확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또 정보주체의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과 안면정보 처리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안면인증이 사실상 의무화될 경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통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들도 법률유보 원칙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안면정보의 특성도 논란의 배경이다. 비밀번호나 전화번호는 유출 시 변경이 가능하지만 얼굴 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사실상 바꿀 수 없다. 시민단체들이 생체정보 수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휴대전화가 금융과 행정, 일상생활 전반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이 된 상황에서 사실상 강제적인 안면인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디지털정의네트워크·민변·참여연대 등이 휴대폰 개통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외국인 명의 대포폰은 사각지대 = 외국인 명의 대포폰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외국인 대상 안면인증 체계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선 내국인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한 뒤 하반기 중 외국인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외국인 명의 대포폰은 10만6018건으로 내국인 명의 대포폰 12만4889건에 육박한다.

실제 외국인 명의를 악용한 대포폰 범죄도 적지 않다. 최근 광주지방법원은 외국인 626명의 등록증과 여권 정보를 이용해 대포폰을 대량 개통한 혐의로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자에게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통신사 대리점을 직접 운영하며 확보한 외국인 개인정보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판매했고, 일부는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안면인증이 명의도용과 대포폰 개통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차단 건수나 인증 실패율 등 시범운영 성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시범운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운영 결과를 정리해 조만간 별도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은 법적 근거와 기본권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포폰 범죄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안면인증이 실제 범죄 예방 효과를 입증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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