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경쟁 3자 구도…지선 책임론·개혁 속도 정면 충돌
이재명정부 2년 차 국정 협력 적임 경쟁
정 연임도전, 김-송 단일화 가능성 주목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이 정청래 현 대표·김민석 국무총리·송영길 의원의 3자 대결 구도로 압축되는 가운데,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해타산이 엇갈리며 의제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선거 평가·보완수사권 폐지 등 현안입법 속도·지지층을 둘러싼 노선 논쟁 등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2년 차에 들어가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치적 호흡을 놓고 아전인수격 주장이 이어지면서 김민석 총리와 송영길 의원의 당권주자 단일화 가능성까지 거론돼 당권 향배의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8.17 전당대회에서 치러지는 당권경쟁은 연임 도전이 전망되는 정 대표에 맞서 김 총리와 송 전 대표가 연대, 친청(친정청래)계와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총리는 오는 25~26일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등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 뒤 여의도로 복귀할 예정이다. 23일 미국 방문길에 나선 송영길 의원은 귀국 뒤 이달 말께 전대 출마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정청래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에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시밭길이라도 오직 민심과 당심만 보고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자신을 동지이자 전우로 표현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 정청래의 성공”이라며 “누가 뭐래도 정청래가 맨 앞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킨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 대표직 연임도전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김민석 총리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당정의 완벽한 일치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해 “당의 지지율이 내려가며 국정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운영을 주도한 정청래 지도부 체제에 대한 견제성 발언으로 풀이됐다. 정 대표의 연임 도전에 반발해 온 송 의원도 22일 MBC 라디오에서 “정 대표의 모습을 보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특히 3자 구도로 진행될 경우 김 총리와의 단일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전당대회에서) 3자 구도로 가서 결국 김민석 국무총리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결선 투표에서 (표심이) 모이는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친명계 지지층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가 이 대통령과 얼마나 원활히 호흡할 수 있느냐는 적임자론을 실질적인 선택 기준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 된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정부와의 국정협력 적임 경쟁에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는 6.3 지방선거 평가를 꼽는다.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에서 승리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 4곳에서 패했다. 지방선거 후 당내 평가가 엇갈리면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하락세를 보이면서 ‘산술적으론 승리, 정치적으로는 패배’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핵심 격전지를 놓쳤다는 점에서 선거를 주도한 정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친명계 이건태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말씀을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가 그동안 당을 잘못 운영했다’, ‘선거를 잘못 치렀다’라고 평가했다고 생각한다”며 “정 대표가 다시 출마할 명분은 약하다는 게 제 생각이고. 국민들과 당원들도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승래 사무총장은 23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전당대회 도전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라며 “누구는 된다, 안 된다로 논쟁하는 건 전당대회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 등 친명계가 정 대표 연임도전 불가론을 펴는 것에 대한 반론으로 풀이된다.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현안 입법 등에 대한 속도·선명성 경쟁 구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성 당원의 표심을 겨냥한 의제인 만큼 “더 강하다”는 신호를 내보낼 공산이 크다. 특히 연임 도전에 나서는 정청래 대표가 가장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 대표는 최고위 회의·SNS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G7 순방 브리핑 뒤 “아주 최소한의 엄격한 조건 하에 보완수사를 아주 최소한만 하면 좋겠다”고 밝힌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특히 정 대표의 연임도전을 지지하는 최고위원들은 김민석 총리 등의 선명한 입장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박규환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 회의에서 “국무총리가 책임지고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실무계획도 밝혀달라”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선명성 경쟁은 지지층을 겨냥한 노선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집권 2년 차 여당이 강성 지지층의 충성도에 기댈 것인지, 중도·보수 확장을 통해 지지 기반을 넓힐 것인지를 두고 당권 주자간의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계파별 의원들은 물론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버 등 지지층이 이미 주도권 선점을 위한 공세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