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고 한·미 반도체주 동반 폭락

2026-06-24 13:00:16 게재

AI 투자 수익성·부채 조달 우려 확산 …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7.9% 급락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23일(현지시간) 일제히 무너졌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가운데 고평가 부담과 레버리지 청산, 분기 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종목 비중 조정) 우려까지 겹치며 글로벌 증시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9% 폭락했다. 지수 편입 30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올해 300% 넘게 오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13% 급락했고 샌디스크도 약 13% 떨어졌다.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마벨테크놀로지와 온세미컨덕터도 각각 약 9%, 11% 밀렸다.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나스닥100지수는 3.3% 떨어졌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21% 하락한 2만5587.04, S&P500지수는 1.44% 내린 7365.4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0.09% 하락한 5만1665.49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2.23포인트 오른 19.52로 최근 일주일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방어주로 이동하면서 S&P500의 11개 업종 중 6개는 상승했고 필수소비재 업종은 1.8% 올랐다.

충격은 한국 증시에서 먼저 불거졌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던 중 23일(한국시간) 10%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약 6조원, 5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16개도 평균 25.05%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장 초반 하락이 신용융자 투자자의 강제청산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관련 매도를 촉발하면서 낙폭이 10%까지 커졌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대형주에 쏠렸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며 주가 하락이 추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3일(미국 시간) 미국 기술주 폭락의 핵심 원인은 빅테크의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수요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AI 데이터센터·반도체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매도세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구글의 회사채 발행 등 빅테크가 부채를 동원해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투자 회수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반도체주를 압박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분기 말 대규모 리밸런싱 전망이 수급 부담을 키웠다는 관측이다. JP모건은 미국 연기금과 일본 공적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비율을 맞추기 위해 6월 말까지 주식을 최대 1650억달러어치 매도하고 비슷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런 분기 말 자금 이동은 과거에도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었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금융정보업체 LSEG는 연준이 올해 12월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점차 유력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2일 연내 동결 전망을 번복하고 연준이 9월·10월·12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반면 위험회피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0.02%포인트 내린 4.50% 안팎으로 낮아졌다. 브렌트유는 1.1% 하락한 배럴당 77.0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9% 내린 73.21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투자은행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는 반도체주가 중기적으로 10~1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24일 마이크론 실적이 AI 인프라 수요와 반도체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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