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줄었다지만 모자 사망 비극
8개월간 35% 감소·피해액 줄어 … 수법은 진화
충북 음성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20대 아들과 50대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의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의 집중 대응으로 발생 건수와 피해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 삶을 흔드는 사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과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원격제어 기술까지 결합하면서 범죄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24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9353건으로 전년 동기 1만4461건보다 35.3% 감소했다. 피해액도 7632억원에서 4936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감소세에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 20일 충북 음성에서는 20대 아들과 50대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생활고를 겪던 것으로 알려진 아들이 5000만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 6일 서울 금천경찰서에 접수됐다. 피해금 5000만원은 가상자산 해외거래소를 거쳐 전자지갑으로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청은 사건을 광역수사대 보이스피싱 전담부서로 이관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여전히 대형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고양에서는 80대 남성이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조직에 속아 평생 모은 재산 15억원을 잃을 뻔했다. 경찰이 조기에 개입해 피해를 막았지만 악성 앱 설치와 가짜 검찰 사이트까지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사칭에 그치지 않고 가상자산과 악성 앱, 원격제어 기술까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음성 사건에서 확인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자지갑 이체는 경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사범의 금융거래 제한과 개인정보 유통 처벌 강화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보이스피싱 과정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의 거래와 유통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은 전화로 계좌이체나 현금 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전화를 끊고 112나 해당 기관 대표번호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이스피싱이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생활고와 채무 문제와 결합하면서 피해 규모와 무관하게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 범죄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