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세안 증시 ‘새 별’로 떠오른다
인니 자금 이탈 기류 속 수혜국
AI 붐에 인프라·전자 수출 호황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불안이 길어지는 사이 태국 증시가 아세안의 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가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장치와 전자부품 수요로 번지면서 제조업 기반을 갖춘 태국이 뜻밖의 수혜주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보도에서 태국 증시가 올해 동남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대표 주가지수는 올해 20% 넘게 올랐다. 반면 인도네시아 증시는 약 29% 하락하며 세계에서 부진한 시장 중 하나로 꼽혔다.
자금 흐름도 엇갈렸다. 에크니티 니티탄프라파스 태국 재무장관은 투자자들이 재정 건전성과 정책 연속성을 보고 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태국 채권과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자금 약 27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자산에서는 루피아가 사상 최저권으로 밀리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경제정책 우려가 커지면서 약 42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태국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AI 인프라가 있다. 태국은 한국이나 대만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력관리 장치와 전자부품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피안티 전략가는 “태국은 순수 AI 시장은 아니지만 데이터센터, 전자제품, 전력 시스템, 디지털 인프라 노출도가 있어 투자자들이 관광·은행·내수 소비를 넘어 태국 주식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가장 상징적인 기업은 전력관리 장비 제조업체 델타일렉트로닉스태국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80% 넘게 뛰며 태국 첫 1000억달러 기업이 됐다. 델타는 현재 태국거래소 지수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글로벡스증권의 수왓 신사독 방콕 애널리스트는 델타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를 잡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생산능력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수출도 힘을 보태고 있다. 난타퐁 치랄러르퐁 태국 무역정책전략실장은 올해 태국 수출이 전년보다 8% 증가해 사상 최대인 366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제품은 태국 수출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다만 태국 랠리를 무작정 낙관하기는 어렵다. 델타 한 종목이 지수 상승을 크게 이끌고 있어 쏠림 부담이 있다. 경제 전반도 아직 강하다고만 보긴 어렵다.
태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약 2%로 예상한다. 5월 수출 증가율은 10.6%로 4월 23.1%에서 둔화했고, 무역수지는 5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영국 리스크 분석회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는 태국과 필리핀, 아르헨티나를 글로벌 공급망의 ‘떠오르는 별’로 꼽았다. 로라 슈워츠 아시아 선임 애널리스트는 태국이 지난 5년간 주변국보다 위험이 줄었고 전자산업이 AI 투자 수혜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태국 증시가 장기 수혜주로 자리 잡을지는 수출 호황이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